-먼 나라에서 엄마 아부지 생각
어떤 날은 바람 속으로 숨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엄마 아부지가 그립다. 그때 만난 바람 불어 더 좋은 날..!
저만치 크레인이 우뚝 서 있는 곳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에 위치한 바를레타 항구이다.
산책 삼아 바닷가로 나가 혼자 바람맞고 돌아오는 길.. 바람 불어 좋은 날의 역설적 의미는 무엇일까..
엄마 아부지는 하늘나라에 가 계신다. 두 분을 보고 싶을 때마다 마음속으로 나직이 부르곤 한다. 그러면 두 분의 음성이 가슴에 큰 울림을 주신다. 희한한 일이다. 그때마다 곁에 계시는 듯하다. 두 분께서 살아생전에 잘해 드리지 못한 불효 막급한 녀석이 두 분의 연세를 이해하고부터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릴 것 같은 것이다. 그럴 리가 없지만, 지금껏 생존해 계신다면 바를레타로 모셔와 꽃구경을 시켜드리고 싶다. 이제 겨우 철이 들었는지..
-먼 나라에서 엄마 아부지 생각
플라시틱 부이가 덩그러니 자빠져 있는 곳은 바를레타 성 곁의 바닷가 풍경이다. 요즘 이곳에 풀꽃들이 자지러진다. 이름을 알 수 없는 풀꽃들이 빼곡한 바닷가를 서성이는 동안 두 분 생각이 간절하다. 우리는 언제인가 부모님을 먼저 보내드려야 하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 그때 돌아본 나의 심정이 노랫말(꽃구경) 묻어난다.
하니와 함께 바를레타 교외로 소풍을 나갔을 때 단상을 적어둔 <어머니 꽃구경 가요> 편에서 이렇게 썼다.
하니와 나는 가끔씩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에 대해 하늘에 무한 감사를 드린다. 우리가 계획을 할지라도 하늘의 도우심이 없다면 행운은 주어지지 않는 것. 어느 날 퓌렌쩨서 만난 한 예술가 루이지(Luigi lanotte)가 우리네 삶을 통째로 바꾸어 놓았다.
그녀의 평생의 소원이었던 그림 그리기가 이곳 바를레타의 루이지 화실에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그림을 그릴 때가 가장 행복하단다. 나는 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덩달아 행복에 전염되고 있는 것.
세상에 이런 꽃길도 있을까.. 희한한 일이다. 이곳 바를레타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꽃길은 너무도 익숙한지 농부들 외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사람들은 사람들끼리 풀꽃들은 풀꽃들까지 유유상종(類類相從)..
그렇게 꽃길을 한참 동안 걸을 때 불현듯 <꽃구경>이라는 노랫말과 함께 절절한 노래가 생각났다. 그런 잠시 후 한 소절을 크게 소리 내어 불렀다.
찔레꽃이 소담스럽게 만발할 때 어머니는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나셨다. 꺼이꺼이 목놓아 울었던 기억 저편.. 자운영 가득 피었던 벌판에서 어머니를 등에 업고 꽃구경을 떠났던 생각을 하는 것이다. 당시 어머니는 반신불수였다. 말투도 어눌하셨다.
하니가 현재 나의 속마음을 알 수가 없다. 목청껏 소리 내어 부른 한 소절에 속으로 울컥.. 그래서 다시 큰소리로 한 소절을 똑같이 부른다.
"어머니, 꽃구경 가요.."
그때 그녀가 속마음을 눈치챘는지 "그게 무슨 노래야..?"라고 물었다. 그래서 "응, 옛날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우리 선조님들의 기억 속에 있는 슬프디 슬픈 노래.. 고려장에 얽힌.."하고 말했다. 그래서 천천히 걷는 동안 휴대폰에서 노래꾼 장사익 가수의 <꽃구경>을 찾아 크게 틀었다. 곧 슬픈 멜로디와 함께 진공상태를 닮았던 평원의 도랑 곁으로 '한(恨)의 노래'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장사익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
어머니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마을을 지나고
들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었네.
봄구경 꽃구경 눈감아 버리더니
한 움큼 한 움큼 솔잎을 따서
가는 길바닥에 뿌리며 가네.
어머니, 지금 뭐 하시나요.
꽃구경은 안 하시고 뭐 하시나요.
솔잎은 뿌려서 뭐 하시나요.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돌아갈 길 걱정이구나.
산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그녀는 등 뒤에서 들리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앞만 보고 걷고 있었다. 그런 잠시 후 "너무 슬퍼! 틀지 마.. 슬픈 노래는 틀지 마, 엄마 생각나..ㅜ" 하고 말했다.
서기 2023년 5월 7일 오후(현지시각), 지난해 4월 16일경에 만난 풀꽃들 때문에 눈시울이 촉촉해진다. 하룻밤만 지나면 어버이날.. 우리는 아니 나는 알게 모르게 어머니를 등에 업고 두 번 다시 못 올 길을 갔는지 모를 일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먹고살기 바빠서.. 어머니는 늘 뒷전이었지.. 당신의 목숨이 다할 때까지 새끼 걱정을 하시던 어머니의 심정을 언제쯤 알게 될까..
하늘에 계신 엄마 아부지가 생각날 때 바람이 불어야 한다. 바람 부는 날이 뭐가 그리 좋으련만..
어떤 날은 바람 속으로 숨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엄마 아부지가 그립다. 그때 만난 바람 불어 더 좋은 날..
Un bel giorno Per il vento_ La Disfida di Barletta VIA CAVOUR
il 07 Maggi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