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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26. 2023

담배 피우는 산, 행복한 단상 속으로

-Cerro Chaltén, 첫눈에 반한 파타고니아 사진첩 #40


우리는.. 아니 나는 사는 동안 어떤 추억들이 나를 행복하게 할까..?!!



   서기 2023년 5월 26일 (현지시각), 밤마저 졸고 자빠진 야심한 시각에 눈을 떴다. 하니와 함께했던 행복했던 시간이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에서 다시 기지개를 켠다. 여명이 밝기도 전 이른 새벽부터 숙소에서 도시락을 준비하고 담배 피우는 산으로 걷고 또 걸으며 해님을 중천에 띄우고 있는 것이다. 



그때 만난 뭇새 한 마리.. 아가야 아가야 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사니..?



사는 동안 이런 경험은 흔치 않을 뿐만 아니라 기록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은 우리에게 행복한 추억을 남기셨을 뿐만 아니라 이웃과 공유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행운이었다. 지난 여정 <엘 찰텐, 그때 우리가 그 산중에> 편을 다시 돌아보며 담배 피우는 산의 행복한 단상을 이어간다.



사람들의 마음을 지남철처럼 끌어당기는 곳. 이곳에 살았던 옛사람 인디오들은 이 산을 '담배 피우는 산'으로 불렀더. 동태평양의 고온 다습한 공기가 안데스를 거쳐 이 산을 지나며 생긴 안개와 구름과 눈발이 무시로 날리면서.. 그 형상이 담배를 피우는 듯한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이 엘 찰텐(El Chalten).. 하니와 나는 그곳을 향해 해돋이가 시작되기도 전에 숙소를 나서 걷고 있었다.



어느 날 이 봉우리는 피츠로이(Fitz Roy)로 불리게 된다. 우리에게 '종의 기원(L'origine delle specie )'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은 피츠로이 선장과 함께 비글해협(Beagle Channel)을 지나.. 오늘날 남미의 동태평양을 항해하면서 엘 찰텐을 만나게 된다. 



그는 담배 피우는 산을 발견하자마자 마음을 빼앗긴 나머지 이 산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바꾸게 된다. 그런 연유로 엘찰텐은 피츠로이와 함께 두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 침탈자들의 속성은 주로 이런 모습일까..


미리 일러두기


아침의 해돋이에 비친 엘 찰텐(El Chalten)의 명산 피츠로이(Il monte Fitz Roy)가 신비스러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 산을 원주민 마푸체 인디오들은 신성한 산으로 여겼다. 피츠로이가 위치한 곳은 아르헨티나 산타크루즈 주의 국립공원으로 로스 글라시아레스(Los Glaciares)와 칠레 쪽에서는 베르나르도 오히긴스 국립공원(parco nazionale Bernardo O'Higgins)의 일부를 형성한다. 피츠로이 산군의 최고봉은 해발 3,405미터에 이른다. 


쎄로 찰텐(El Chalten)의 위치는 첨부한 자료사진과 같다. 이미지 출처: https://portfolio.photoseek.com/ Argentina & Chile Patagonia map: 11 February - 05 March 2020: El Calafate, Los Glaciares NP, El Chalten, Monte Fitz Roy, Torres del Paine NP.

Argentina & Chile Patagonia trip map: three Dempseys travelled from 11 February - 05 March 2020: El Calafate, Los Glaciares National Park, El Chalten, Monte Fitz Roy, Lago del Desierto, & Torres del Paine NP 


il parco nazionale Los Glaciares, nella provincia di Santa Cruz, e dalla parte cilena, forma parte del parco nazionale Bernardo O'Higgins. Raggiunge un'altezza di 3.405 metri sul livello del mare. 자료출처: https://it.wikipedia.org/wiki/Monte_Fitz_Roy


하니와 함께 여행한 파타고니아의 엘 찰텐은 두 번이나 다녀왔다. 님미일주 여행에서 만난 후 감동에 젖어 다시 파타고니아 여행 때 다녀온 것이다. 보통의 경우 한 번 다녀오면 호기심이 사라지고 시큰둥해지는데 피츠로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가끔씩 다시 파타고니아를 다녀오고 싶어 한다. 우라에게 피츠로이는 그런 산이자 파타고니아 최고의 명소 중에 하나였다.




담배 피우는 산, 행복한 단상 속으로

-Cerro Chaltén, 첫눈에 반한 파타고니아 사진첩 #40



시간을 거꾸로 돌리면 행복했던 유년기 때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등장한다.



까까중머리의 한 녀석이 사랑방에서 쉬고 계신 할머니 머리맡에 앉아서 시중을 들고 있다.



"할매.. 요거 내가 해 볼게요."


녀석은 할머니가 쥐고 계신 곰방대에 풍년초를 장전하는 일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할머니는 당신의 지아비를 일찍 여의시고 청상과부로 살아가시면서 고독한 시간을 담배로 때우고 계셨다.



그래서 사랑방 문을 열면 곰방대가 피워 올린 담배연기 때문에 묘한 냄새가 풍겼다.



손자 녀석은 동무들과 놀 생각은 하지 않고 곰방대와 풍년초가 신기한 나머지 할머니 턱 밑에 쪼구려 앉거나 무릎에 누워 풍년초와 할머니 냄새에 심취(?)해 있는 것이다. 



우리 집은 종갓집에 엄마 아부지와 할머니와 함께 7남매가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



할머니께선 한 녀석이 곰방대에 풍년초를 꼭꼭 눌러 채우면 곰방대에 불을 붙이면서 한 모금 길게 호흡을 하시면서 연기를 내뿜곤 하셨다. 그리고 할머니 표정에서는 당신이 사랑한 한 남자를 떠올리시는 것이다.



그리움.. 할머니의 곰방대에서 피어나는 연기는 지아비를 향한 그리움이 진하게 묻어났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 할머니는 구한말 조선시대의 사람으로 소사(지금의 부천 땅)의 한 양반 댁 규수였다.



쪽진 머리에 가녀린 어깨의 몸매는 당시 최고의 미녀였다.



할머니는 독자였던 할아버지의 가문을 일으킨 분으로 아들 삼 남매를 낳아 잘 기르셨다.



그중 지금은 현충원에 영면하고 계신 작은 아버지께서 할머니 환갑잔치를 치르던 시기에 초상화 한 점을 남기셨다. 당시에 흔치 않았던 컬러로 그린 초상화는 최고의 미인이었다. 아쉽게도 초상화는 큰집(큰 형님) 안 방에 걸려있고 사진으로 기록을 남길 생각을 하지 못했다.



담배 피우는 산으로 가는 길..



하니와 나는 엘 찰텐의 숙소로부터 멀어지며 점점 더 담배 피우는 산으로 가는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그때 만난 행복한 유년기의 단상..



글을 쓰면서 조용히 할머니를 불러봤다.


"할머니 하늘나라서 잘 계시죠? ^^"



"오냐오냐 내가 너무 사랑한 귀여운 내 새끼.. ^^"


할머니의 목소리가 여전히 내 가슴 속에 메이리친다. 그런데 할머니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담배 피우는 산이 나를 울리고 있다.


"할매 너무 보고 싶어요. 할매.. ㅜ"


Cerro Chaltén, le montagne fumano_Monte Fitz Roy PATAGONIA
Il 26 Maggi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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