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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04. 2023

엘 찰텐, 그때 우리가 그 산중에

-Cerro Chaltén, 첫눈에 반한 파타고니아 사진첩 #36


세월이 흐르고 또 흐르면 알게 된다. 감춰둔 그리움이 울컥 복받칠 때..!!



   포스트를 열자마자 등장하는 장엄한 암봉이 시선을 압도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지남철처럼 끌어당기는 곳. 이곳에 살았던 옛사람 인디오들은 이 산을 '담배 피우는 산'으로 불렀더. 동태평양의 고온 다습한 공기가 안데스를 거쳐 이 산을 지나며 생긴 안개와 구름과 눈발이 무시로 날리면서.. 그 형상이 담배를 피우는 듯한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이 엘 찰텐(El Chalten).. 하니와 나는 그곳을 향해 해돋이가 시작되기도 전에 숙소를 나서 걷고 있었다.


   어느 날 이 봉우리는 피츠로이(Fitz Roy)로 불리게 된다. 우리에게 '종의 기원(L'origine delle specie )'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은 피츠로이 선장과 함께 비글해협(Beagle Channel)을 지나.. 오늘날 남미의 동태평양을 항해하면서 엘 찰텐을 만나게 된다. 그는 담배 피우는 산을 발견하자마자 마음을 빼앗긴 나머지 이 산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바꾸게 된다. 그런 연유로 엘찰텐은 피츠로이와 함께 두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 침탈자들의 속성은 주로 이런 모습일까..



미리 일러두기


아침의 해돋이에 비친 엘 찰텐(El Chalten)의 명산 피츠로이(Il monte Fitz Roy)가 신비스러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 산을 원주민 마푸체 인디오들은 신성한 산으로 여겼다. 피츠로이가 위치한 곳은 아르헨티나 산타크루즈 주의 국립공원으로 로스 글라시아레스(Los Glaciares)와 칠레 쪽에서는 베르나르도 오히긴스 국립공원(parco nazionale Bernardo O'Higgins)의 일부를 형성한다. 피츠로이 산군의 최고봉은 해발 3,405미터에 이른다. 


쎄로 찰텐(El Chalten)의 위치는 첨부한 자료사진과 같다. 이미지 출처: https://portfolio.photoseek.com/ Argentina & Chile Patagonia map: 11 February - 05 March 2020: El Calafate, Los Glaciares NP, El Chalten, Monte Fitz Roy, Torres del Paine NP.

Argentina & Chile Patagonia trip map: three Dempseys travelled from 11 February - 05 March 2020: El Calafate, Los Glaciares National Park, El Chalten, Monte Fitz Roy, Lago del Desierto, & Torres del Paine NP 


il parco nazionale Los Glaciares, nella provincia di Santa Cruz, e dalla parte cilena, forma parte del parco nazionale Bernardo O'Higgins. Raggiunge un'altezza di 3.405 metri sul livello del mare. 자료출처: https://it.wikipedia.org/wiki/Monte_Fitz_Roy


하니와 함께 여행한 파타고니아의 엘 찰텐은 두 번이나 다녀왔다. 님미일주 여행에서 만난 후 감동에 젖어 다시 파타고니아 여행 때 다녀온 것이다. 보통의 경우 한 번 다녀오면 호기심이 사라지고 시큰둥해지는데 피츠로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가끔씩 다시 파타고니아를 다녀오고 싶어 한다. 우라에게 피츠로이는 그런 산이자 파타고니아 최고의 명소 중에 하나였다. 




엘 찰텐, 그때 우리가 그 산중에

-Cerro Chaltén, 첫눈에 반한 파타고니아 사진첩 #36



   서기 2023년 5월 4일 이른 새벽(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을 ㅇㄹ어보고 있다.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산 엘찰텐.. 우리의 목적지는 위 자료사진 우측 하단에 고불고불 하얗게 변한 길을 따라 만년설이 덮인 봉우리 아래까지 걷게 될 것이다. 참고로 목적지로 가는 길을 표시해 봤다.



엘찰텐이 목적지로 향하는 등산로를 확대해 보니 이러하다. 우리는 언제 돌아올지도 모를 목적지를 향해 그저 앞만 보며 걷고 있는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숙소로 돌아올 시간을 계수하지 못했고, 거리를 대략 짐작만 했지.  나중에 알고 보니 하루종일 걷고 또 걸었다. 기진맥진..



그렇지만 당시만 해도 힘은 들었지만 피곤한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생생했다.



누군가 우리의 등을 떠밀며 동행하고 있다는 기분이랄까.. 



숙소에서 산기슭을 오르고 나면 그때부터 엘찰텐으로 이어지는 길은 점점 고원처럼 변하게 된다. 명산을 찾은 여행자들이 남긴 흔적 때문에 대로(?)로 변한 오솔길.. 



목적지가 가까워지면 질수록 그녀의 발걸음은 점점 더 빨라지며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나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한다. 그때 남긴 귀한 기록들이 그리움으로 남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세월이 흐르고 또 흐르면 알게 된다. 감춰둔 그리움이 울컥 복받칠 때..



지금도 그녀는 가끔씩 엘찰텐을 입에 담을 정도로 좋아했던 산이다.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산 중의 시냇가에서 발을 담그고 피로를 씻어낸 때가 엊그제 같다.



저만치 그녀가 앞서 걷는다.



그녀가 잠시 멈추어 서서 엘찰텐의 봉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직접 가 본 사람들만 알게 된다.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사람들의 생채기를 보듬어 치료해 주고 다시 집으로 돌려보낸다. 어버이를 쏙 빼닮은 산이자 신께서 거하시는 장엄하고 신비로운 산..



오솔길 옆으로 옥수가 철철 넘치는 산에서 무아지경에 빠져들던 때가 있었네..



손을 담그면 뼛속이 시릴 정도로 차가웠던 물.. 한 줌 떠서 입에 넣으면 시원하고 달짝지근했던 옥수..



저만치 앞서 갇는 그녀의 뒷모습을 줌인해 보니 여전히 발걸음이 가볍다. 그녀와 다시 한번 걸으면 얼마나 좋아할까.. 그렇지만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 이때까지만 해도 전혀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언제인가 기회가 닿으면 다시 가면 그만일 거리 생각했지.. 



우리네 삶에서 기회는 딱 한 번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살았다. 산께서 한 번 더 허락하면 모를까 우리 삶에서 돌아갈 수 없는..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시공이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네 삶을 신께서 다시 조율해 준다면 가능한 일.. 내가 좋아한 가수 한영애 씨가 부른 노래 '조율'도 그러했을까..



조율

-한영애


알고 있지 꽃들은 

따뜻한 오월이면 꽃을 피워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 철새들은 

가을 하늘 때가 되면 

날아가야 한다는 것을 



문제 무엇이 문제인가 

가는 곳 모르면서 

그저 달리고만 있었던 거야 

지고지순했던 우리네 마음이 

언제부터 진실을 외면해 왔었는지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 번 해주세요 



정다웠던 시냇물이 

검게 검게 바다로 가고 

드높았던 파란 하늘

뿌옇게 뿌옇게 보이질 않으니 


마지막 가꾸었던 

우리의 사랑도 

그렇게 끝이 나는 건 아닌지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 번 해주세요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 번 해주세요 



미움이 사랑으로 분노는 용서로 

고립은 위로로 충동이 인내로 

모두 함께 손 잡는다면 

서성대는 외로운 그림자들 

편안한 마음 서로 나눌 수 있을 텐데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 번 해주세요 



우- 내가 믿고 있는 건 

이 땅과 하늘과 어린아이들 

내일 그들이 열린 가슴으로 

사랑의 의미를 실천할 수 있도록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 번 해주세요




   이틀 전, 사정상 한국에 머물고 있는 하니로부터 메신저 창이 울렸다. 대화 끄트머리에 숨겨져 있는 그녀의 마음을 통해 하루라도 빨리 이탈리아로 오고 싶어 한다. 이탈리아서 다녔던 돌로미티 여행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돌로미티에서 살고 싶어 했다. 우리네 삶의 끄트머리에 캠핑카를 꼭 마련하고 싶다는 바람이 엘찰텐에 덕지덕지 묻어나는 것은 왜일까..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 번 해주세요


Cerro Chaltén, le montagne fumano_Monte Fitz Roy PATAGONIA
Il 04 Maggi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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