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rro Chaltén, 첫눈에 반한 파타고니아 사진첩 #37
다시 가라시면 또 갈 수 있을까..?!!
서기 2023년 5월 14일 아침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파타고니아의 명산 '담배 피우는 산' 쎄로 찰텐의 봉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한 번 가기도 힘든 이곳을 우리는 두 번씩이나 다녀왔다. 멀리서 바라만 봐도 묘한 이끌림을 만드는 마법의 산.. 다시 가라면 또 갈 수 있을까.. 생애 딱 한 번만 주어지는 귀한 여정을 나의 브런치스토리에서 이어가며, 지난 여정 <엘 찰텐, 그때 우리가 그 산중에> 편을 돌아본다.
사람들의 마음을 지남철처럼 끌어당기는 곳. 이곳에 살았던 옛사람 인디오들은 이 산을 '담배 피우는 산'으로 불렀더. 동태평양의 고온 다습한 공기가 안데스를 거쳐 이 산을 지나며 생긴 안개와 구름과 눈발이 무시로 날리면서.. 그 형상이 담배를 피우는 듯한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이 엘 찰텐(El Chalten).. 하니와 나는 그곳을 향해 해돋이가 시작되기도 전에 숙소를 나서 걷고 있었다.
어느 날 이 봉우리는 피츠로이(Fitz Roy)로 불리게 된다. 우리에게 '종의 기원(L'origine delle specie )'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은 피츠로이 선장과 함께 비글해협(Beagle Channel)을 지나.. 오늘날 남미의 동태평양을 항해하면서 엘 찰텐을 만나게 된다. 그는 담배 피우는 산을 발견하자마자 마음을 빼앗긴 나머지 이 산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바꾸게 된다. 그런 연유로 엘찰텐은 피츠로이와 함께 두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 침탈자들의 속성은 주로 이런 모습일까..
아침의 해돋이에 비친 엘 찰텐(El Chalten)의 명산 피츠로이(Il monte Fitz Roy)가 신비스러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 산을 원주민 마푸체 인디오들은 신성한 산으로 여겼다. 피츠로이가 위치한 곳은 아르헨티나 산타크루즈 주의 국립공원으로 로스 글라시아레스(Los Glaciares)와 칠레 쪽에서는 베르나르도 오히긴스 국립공원(parco nazionale Bernardo O'Higgins)의 일부를 형성한다. 피츠로이 산군의 최고봉은 해발 3,405미터에 이른다.
쎄로 찰텐(El Chalten)의 위치는 첨부한 자료사진과 같다. 이미지 출처: https://portfolio.photoseek.com/ Argentina & Chile Patagonia map: 11 February - 05 March 2020: El Calafate, Los Glaciares NP, El Chalten, Monte Fitz Roy, Torres del Paine NP.
Argentina & Chile Patagonia trip map: three Dempseys travelled from 11 February - 05 March 2020: El Calafate, Los Glaciares National Park, El Chalten, Monte Fitz Roy, Lago del Desierto, & Torres del Paine NP
il parco nazionale Los Glaciares, nella provincia di Santa Cruz, e dalla parte cilena, forma parte del parco nazionale Bernardo O'Higgins. Raggiunge un'altezza di 3.405 metri sul livello del mare. 자료출처: https://it.wikipedia.org/wiki/Monte_Fitz_Roy
하니와 함께 여행한 파타고니아의 엘 찰텐은 두 번이나 다녀왔다. 님미일주 여행에서 만난 후 감동에 젖어 다시 파타고니아 여행 때 다녀온 것이다. 보통의 경우 한 번 다녀오면 호기심이 사라지고 시큰둥해지는데 피츠로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가끔씩 다시 파타고니아를 다녀오고 싶어 한다. 우라에게 피츠로이는 그런 산이자 파타고니아 최고의 명소 중에 하나였다.
-Cerro Chaltén, 첫눈에 반한 파타고니아 사진첩 #37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 중에 '알고는 못한다;는 표현이 있다. 그런가 하면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말도 있다. 막상 당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었던 일이 닥치면 해내긴 하지만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것이랄까..
그런데 그 힘든 파타고니아 여정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으니 다시 한번 더 기회가 주어지면 세 번째 방문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얼마 전에 이웃 한 분이 세계일주에 나서며 돌로미티 여행 정보에 대해 알고 싶다고 댓글을 남겼다. 그래서 나름 소상하게 일러주었다. 그는 청춘이었다.
흔히들 여행의 조건에서 시간과 비용과 건강이 허락되어야 가능하다고 한다. 어느 것 하나 소홀하면 행복한 여행이 될 수 없으며 자칫 여행자가 아니라 방랑자 신세를 면하지 못할 때가 있다. 여행자와 방랑자의 차이점은 매우 간결하다. 여행자는 돌아갈 집이 있지만 방랑자는 그러하지 못하다.
그래서 여행자는 길 위에서 행복하지만 방랑자의 싦은 피곤이 늘 동행한다고나 할까..
이틀 전 한국에 머물고 있는 하니와 통화를 하면서 그녀는 여전히 먼 나라 여행을 꿈꾸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담배 피우는 산이 코 앞에 펼쳐지며 우리를 향해 '어서 오라'라고 손짓하지만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산.. 이때까지만 해도 자료사진 우측 하단의 고불고불한 산길의 용도를 알지 못했다.
그저 담배 피우는 산으로 길게 이어지고 있는 산길을 따라 앞만 보고 걸었다.
그땐 어디서 무슨 힘이 그렇게 샘솟았는지 피곤한 줄도 모르고 걷고 또 걸었다.
마치 미래가 없는 사람들처럼 앞만 보고 걸을 때 만난 사소한 듯 두고두고 추억에 남는 아름다운 풍경들..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지천에 널린 엘 찰텐의 쎄로 찰텐..
한 여행자가 세계일주를 꿈꾸며 실행하고 있는 삶은 선배의 입장에서 보면 참 멋진 삶이다.
죽자 살자 공부에 매달려 청춘을 보내거니 일에 매달려 단 하나밖에 없는 인생을 소진하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특히 우리 민족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지만, 인생을 살아보며 남은 눈금을 계수해 보니 모두 부질없는 짓이나 다름없더라.
특히 요즘 세대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하므로 얼마나 메마른 세상인가.. 그래서 우리 주변의 지인들 중에는 나이 마흔이 되어도 결혼을 하지 못하거나 아예 포기한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무슨 꿈을 꾸면서 살아가고 있을까.
나이 지긋한 인생의 선배 중에 산행에 대해 물은 적 있다. 그때 그분이 한 말이 생각난다. 그는 "올라가면 내려올 산에는 왜 가..?"라고 반문했다. 맞는 말이다. 산을 오르면 언제인가 내려와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텅 빈 시간에 무슨 일도 하지 않는다면 그건 또 뭔가..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당신이 아끼는 취미가 있다면 그 속에 빠져 무한한 행복을 느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다녀온 파타고니아의 명산 담배 피우는 산은 생애 딱 한 번만 다녀와도 그때 느낀 벅찬 감동 하나만으로 평생이 행복해진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목숨 걸고 산행을 이어가는 중독(?) 현상이 그런 것이라 여겨진다.
산은 늘 제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언제든지 그 누구든지 가리지 않고 두 팔을 벌려 당신을 품어준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도 않는 넉넉한 품이 사람들을 무한 흡입하고 있는 것이랄까..
두 번을 다녀온 담배 피우는 산을 세 번째는 태블릿 피씨로 만나고 있다.
당시의 기록을 뒤적거리는 동안 희한하게도 그때 호흡한 신선한 공기는 물론 감흥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사람과 산과 하늘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 저 멀리 담배 피우는 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하니가 저만치 앞서 걷는 가운데 렌즈를 바꾸어 가며 남겼던 기록들..
그때 그 열정들이 없었거나 담배 피우는 산이 없었다면 얼마나 무료한 삶이 이어질까.. <계속>
Cerro Chaltén, le montagne fumano_Monte Fitz Roy PATAGONIA
Il 14 Maggi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