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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26. 2023

담배 피우는 산, 당신이 너무 그리워

-Cerro Chaltén, 첫눈에 반한 파타고니아 사진첩 #35


너무 사랑하면 그리운 법이지..?!!


   서기 2023년 4월 25일 저녁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을 열어보고 있다. 맨 먼저 표지사진에 등장한 뾰족한 봉우리는 쎄로 찰텐(Cerro Chaltén)으로 이곳에 살던 원주민 마푸체 인디언들이 '담배 피우는 산'이라고 불렀다. 동태평양의 고온 다습한 공기가 산봉우리를 지나면서 구름을 만드는 모습이 담배를 피우는 것 같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아침의 해돋이에 비친 엘 찰텐(El Chalten)의 명산 피츠로이(Il monte Fitz Roy)가 신비스러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 산을 원주민 마푸체 사람들은 신성한 산으로 여겼다. 피츠로이가 위치한 곳은 아르헨티나 산타크루즈 주의 국립공원으로 로스 글라시아레스(Los Glaciares)와 칠레 쪽에서는 베르나르도 오히긴스 국립공원(parco nazionale Bernardo O'Higgins)의 일부를 형성한다. 피츠로이 산군의 최고봉은 해발 3,405미터에 이른다. 

il parco nazionale Los Glaciares, nella provincia di Santa Cruz, e dalla parte cilena, forma parte del parco nazionale Bernardo O'Higgins. Raggiunge un'altezza di 3.405 metri sul livello del mare. 자료출처: https://it.wikipedia.org/wiki/Monte_Fitz_Roy

   쎄로 찰텐(El Chalten)의 위치는 첨부한 자료사진과 같다. 이미지 출처: https://portfolio.photoseek.com/ Argentina & Chile Patagonia map: 11 February - 05 March 2020: El Calafate, Los Glaciares NP, El Chalten, Monte Fitz Roy, Torres del Paine NP.

Argentina & Chile Patagonia trip map: three Dempseys travelled from 11 February - 05 March 2020: El Calafate, Los Glaciares National Park, El Chalten, Monte Fitz Roy, Lago del Desierto, & Torres del Paine NP


   하니와 함께 여행한 파타고니아의 엘 찰텐은 두 번이나 다녀왔다. 님미일주 여행에서 만난 후 감동에 젖어 다시 파타고니아 여행 때 다녀온 것이다. 보통의 경우 한 번 다녀오면 호기심이 사라지고 시큰둥해지는데 피츠로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가끔씩 다시 파타고니아를 다녀오고 싶어 한다. 우라에게 피츠로이는 그런 산이자 파타고니아 최고의 명소 중에 하나였다. 




담배 피우는 산, 당신이 너무 그리워

-Cerro Chaltén, 첫눈에 반한 파타고니아 사진첩 #35



나목이 쓰러져 있는 곳은 담배 피우는 산으로 가는 길목의 풍경이다.



다른 곳은 몰라도 이 산중의 숲을 매우 특별하게 만드는 풍경이랄까.. 



우리는 엘 찰텐에 열 하루를 묵으면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엘 찰텐 주변의 산을 올랐다.



나뭇가지에 뿌리내린 기생 식물이 곧 다가올 날씨를 예고하고 있다고나 할까..



우리가 이곳을 철수한 때는 건기가 끝나고 곧 우기가 들이닥칠 때였다.



만약 그러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곳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를 일이다.



바람이 얼마나 거세게 불던지 바람에 사람이 날릴 정도였다.



다행히도 담배 피우는 산으로 트레킹을 할 때는 날씨가 너무 좋았다.



그래서 그런지 하니의 발걸음이 너무 가볍고 흥분된 표정이 역력하다.



그녀는 악천후를 제외하면 거의 매일 산행으로 다져진 몸이다.



그래서 산으로 함께 가는 날이면 내가 옷을 챙겨 입기도 전에 아이들처럼 후다닥 문 앞에 서서 기다린다.



어떤 때는 함께 다니던 길이 뻔하므로 아예 저만치 앞서 걷는다.



이런 습관은 먼 나라 파타고니아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묵직한 카메라를 들고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담을 때 그녀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가 멀어지면 바쁜 걸음으로 다시 합류하기를 반복하게 된다.



그때 만난 아름다운 풍경들.. 엘 찰텐에 우기가 찾아들고 있었다. 



파타고니아의 우기는 우리나라의 가을에 해당하는 것으로 산중 곳곳의 숲에는 단풍이 찾아들고 있었다.



우리는 이른 아침 엘 찰텐 마을에서 라고 카프리(Lago Capri) 호수 곁을 지나고 있었다.



엘 찰텐이 가까워질수록 뛰어난 풍광이 등장하며 여행자를 설레게 한다.



당시 우리는 운 좋게도 단독주택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었으므로 날씨만 잘 받쳐주었다면 죽어도 잊지 못할 풍경을 사진첩에 담아왔을지도 모른다. 포스트에 등장하는 여행 사진은 순서대로 편집됐다. 그녀와 나의 흔적이 오롯이 묻어있는 곳.



우리가 엘 찰텐 마을에서 숙소를 구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엘 찰텐에 도착한 때는 성수기여서 숙소를 잡을 수 없었다. 호텔은 이미 만원이고 여분의 자리가 없었다. 하니는 버스 터미널에서 배낭을 지키고 있고 나는 엘 찰텐 곳곳을 누비며 빈 방을 찾고 있었다. 허사였다. 대략 난감했다.



해넘이가 끝난 마을에는 가로등불이 하나둘씩 켜지고 있었고 나는 여전히 뛰어다니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렸으나 허탕이었다. 그리고 마지믹에 들른 한 민박집을 끝으로 기진백진 돌아서려는 찰나.. 민박집주인이 나를 불러 세웠다.  그는 내게 귀가 솔깃한 제안을 했다.


rㅡ

"조오기(손을 가리키며) 조금만 걸어가면 숙소로 묵을 집이 하나 있습니다. 같이 가 보실래요?"



이게 웬 떡인가 싶은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는 나를 빤히 올려다보며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그곳에 지금 일본인 부부가 머물고 있는데.. 내일 아침이면 집을 비울 거니까 하룻밤만 함께 지내세요"



그와 함께 도착한 집은 단독주택으로 방 셋과 주방과 화장실이 잘 구비된 살림집이었다. 어떤 이유로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에 민박집주인이 열쇠를 갖고 관리를 하고 있었다고나 할까.. 나는 그 즉시 조금만 기다리라며 버스터미널에서 기다리고 있는 하니에게 총알같이 달렸다. 어둠이 짙게 내린 엘 찰텐 마을을 지나 터미널에 도착하니 그녀의 표정이 굳어있고 걱정스러운 눈빛이 가득했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겁을 잔뜩 먹은 듯한 표정.. ㅜ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그녀가 지키고 있던 배낭과 짐보따리를 챙겨 곧장 숙소로 향했다. 그런 잠시 후 일본인 부부와 인사를 나누고 빈 방 한 곳에 여장을 풀었다. 이런 걸 행운이라나 뭐라나.. 



이때부터 현지 적응을 위한 정보를 챙기고 맨 먼저 우리의 추억이 묻어있는 언덕 위로 첫 등반을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머나먼 담배 피우는 산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 것이다. 



1년을 작정하고 떠난 파타고니아 여행.. 



바쁠 일도 없고 느리게 느리게.. 안단테로 둘러보기 시작한 파타고니아 여행을 통해 사진첩을 앞에 두면 그 장소를 단박에 기억해 낼 정도였다. 그녀 또한 마찬가지..



그 가운데 담배 피우는 산 엘 찰텐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명소였다.



그런 까닭에 셔터를 가장 많이 눌렀던 여행지가 담배 피우는 산으로 가는 여정이었다.



저 멀리 만년설을 가슴에 품은 담배 피우는 산이 다시 오라며 손짓을 한다. 어떡해..ㅜ 



그냥 가슴에 품고만 있어도 행복한 추억이 그리움을 부채질한다. 당신이 너무 그리워..!


Cerro Caltén, le montagne fumano_Monte Fitz Roy PATAGONIA
Il 26 Aprile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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