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rro Chaltén, 첫눈에 반한 파타고니아 사진첩 #34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고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멀리 뾰족한 봉우리는 이곳에 살던 원주민들이 '담배 피우는 산'이라고 불렀다. 지난 여정 <파타고니아, 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편에 이렇게 썼다. 파타고니아의 명소이자 여행자의 천국으로 가려면 반드시 숙지하고 가야 할 고급 정보라고나 할까. 이랬지..
아침의 해돋이에 비친 엘 찰텐(El Chalten)의 명산 피츠로이(Il monte Fitz Roy)가 신비스러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피츠로이 산은 세로 찰텐(Cerro Chalté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찰텐(Chalten)이라는 이름은 파타고니아 지역에 살고 있던 원주민의 언어 Aoniken(lingua aoniken)이라는 단어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한다.
이 말은 '흡연하는 산'을 의미하며, 동태평양에서 발원한 습기가 거의 매일 피츠로이 암봉 끄트머리에 인개과 구름이 형성하는데 그 모습이 '담배를 피우는 형상'을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 산을 원주민 마푸체 사람들은 신성한 산으로 여겼다. 피츠로이가 위치한 곳은 아르헨티나 산타크루즈 주의 국립공원으로 로스 글라시아레스(Los Glaciares)와 칠레 쪽에서는 베르나르도 오히긴스 국립공원(parco nazionale Bernardo O'Higgins)의 일부를 형성한다. 피츠로이 산군의 최고봉은 해발 3,405미터에 이른다.
il parco nazionale Los Glaciares, nella provincia di Santa Cruz, e dalla parte cilena, forma parte del parco nazionale Bernardo O'Higgins. Raggiunge un'altezza di 3.405 metri sul livello del mare. 자료출처: https://it.wikipedia.org/wiki/Monte_Fitz_Roy
쎄로 찰텐(El Chalten)의 위치는 다음과 같다.
이미지 출처: https://portfolio.photoseek.com/ Argentina & Chile Patagonia map: 11 February - 05 March 2020: El Calafate, Los Glaciares NP, El Chalten, Monte Fitz Roy, Torres del Paine NP.
Argentina & Chile Patagonia trip map: three Dempseys travelled from 11 February - 05 March 2020: El Calafate, Los Glaciares National Park, El Chalten, Monte Fitz Roy, Lago del Desierto, & Torres del Paine NP
하니와 함께 여행한 파타고니아의 엘 찰텐은 두 번이나 다녀왔다. 님미일주 여행에서 만난 후 감동에 젖어 다시 파타고니아 여행 때 다녀온 것이다. 보통의 경우 한 번 다녀오면 호기심이 사라지고 시큰둥해지는데 피츠로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가끔씩 다시 파타고니아를 다녀오고 싶어 한다. 우라에게 피츠로이는 그런 산이자 파타고니아 최고의 명소 중에 하나였다.
-Cerro Chaltén, 첫눈에 반한 파타고니아 사진첩 #34
서기 2023년 4월 19일 자정을 넘긴 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파타고니아 여행의 추억을 더듬어 보고 있다. 하니와 나는 저 멀리 하얀 눈을 머리에 인 담배 피우는 산 엘 찰텐을 바라보며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그때 만난 풍경들이 노트북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마치 현장에 가 있는 듯한 느낌이 물씬 든다.
우리는 엘 찰텐(Fitz Roy)을 바라보며 걷고 또 걸으며 머나먼 여정 속에 있었다.
머지않아 우리는 엘 찰텐의 봉우리 아래까지 당도할 것이나 아직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길 위에 있다.
여행자는 길 위에서 행복하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우리네 삶을 여행에 비교해 볼 때 나와 당신은 무엇을 바라보고 살아갈까..
돈과 명예 혹은 권력과 사랑.. 그곳도 아니면 성취욕.. 등등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당신의 욕구와 욕망 등에 따라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게 마련이다. 그렇게 신께서 부여한 인생을 하나둘씩 소비하면 살아가는 것이랄까..
이런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한 삶은 생명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이자 이곳 엘 찰텐에서 살아가고 있었던 숲과 풀꽃 들과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이 바라보고 사는 곳은 다름 아닌 담배 피우는 산이며 우리는 그곳을 향해 걷고 있다.
이때 만난 발가벗은 나목들..
그들도 한 때는 꿈을 간직하며 비바람을 견뎌 냈을 것이며 달님과 해님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생명.. 즉 '살아라'라고 명한 하늘의 뜻에 따라 해바라기도 되고 달바라기는 물론 살아남기 이해 몸부림을 쳤을 것이다.
우기가 오시면 추위에 떨었을 것이며 건기 때는 목이 말라 갈증을 해소하는 그 어떤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머리를 땅에 박고 살고 있으므로 저만치 보이는 개울이나 강으로 가서 목을 축일 수도 없는 일.. 이렇게 세월을 견디다 보니 어느새 그들이 걸치고 있던 나뭇잎과 꿈이 모두 벗겨진 채 덩그러니 발가벗은 몸을 내놓게 됐다.
그런 그들이 여전히 바라보고 있는 곳은 엘 찰텐..
담배 피우는 산은 얘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데 숲 속에서 발가벗은 나목들..
우리네 삶도 언제인가 발가벗기며 속살을 다 드러낼까..
사람들은 보다 영악하여 당신의 속내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설령 겉으로 드러낸다고 할지라도 가식의 때가 덕지덕지 달라붙어있다고나 할까..
그런데 담배 피우는 산 엘 찰텐의 나목은 그러하지 않다.
당신의 속살 그대로 여행자 앞에 내놓고 잘 닦아진 면경으로 비추어 보는 게 아닌가..
나목이 건넨 거울 앞에서 선 우리..
그제야 태곳적부터 이어진 끈질긴 운명 혹은 우리가 꿈꾸었던 세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왔던 곳이 있으므로 돌아갈 곳도 있는 법이지.. 그때 무엇을 가지고 가야할까..
빈 손으로 왔으니 빈 손으로 돌아가야 할까..
산께서 우리를 세상에 보내실 때 최고의 선물을 안겨주셨다.
우리를 천국으로 보내신 당신의 꿈은 당신이 지은 아름다운 세상을 만나게 하는 크나큰 선물..
어느 날 우리가 걷는 오솔길 곁에 나목들이 줄지어 우리에게 손을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그들이 평생을 바라본 하얀 눈을 머리에 인 담배 피우는 산 엘 찰텐..
그들은 여전히 꿈을 꾸고 있었으며 꿈꾸는 자들을 만나고 싶어 한다.
자정이 넘어 진공상태로 변한 바를레타서 우리네 삶의 좌표를 잠시 들여다보고 있다.
Cerro Caltén, le montagne fumano_Monte Fitz Roy PATAGONIA
Il 19 Aprile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