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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04. 2023

Cerro Chaltén, 담배 피우는 산으로

-첫눈에 반한 파타고니아 사진첩 #32


오늘날에도 여전히 성행하는 흡연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사람들..?!!



   이른 아침 어둠이 가시면서 모습을 드러낸 '담배 피우는 산' 쎄로 찰텐(Cerro Chaltén)의 비경이 마침내 나의 뷰파인더에 포착됐다. 당시를 다시 회상해도 가슴이 쿵쾅쿵쾅 설렘이 마구 일어난다. 지난 여정 <파타고니아, 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편에 이렇게 썼다.



 아침의 해돋이에 비친 엘 찰텐(El Chalten)의 명산 피츠로이(Il monte Fitz Roy)가 신비스러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피츠로이 산은 세로 찰텐(Cerro Chalté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찰텐(Chalten)이라는 이름은 파타고니아 지역에 살고 있던 원주민의 언어 Aoniken(lingua aoniken)이라는 단어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한다. 이 말은 '흡연하는 산'을 의미하며, 동태평양에서 발원한 습기가 거의 매일 피츠로이 암봉 끄트머리에 인개과 구름이 형성하는데 그 모습이 '담배를 피우는 형상'을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 산을 원주민 마푸체 사람들은 신성한 산으로 여겼다. 피츠로이가 위치한 곳은 아르헨티나 산타크루즈 주의 국립공원으로 로스 글라시아레스(Los Glaciares)와 칠레 쪽에서는 베르나르도 오히긴스 국립공원(parco nazionale Bernardo O'Higgins)의 일부를 형성한다. 피츠로이 산군의 최고봉은 해발 3,405미터에 이른다.

il parco nazionale Los Glaciares, nella provincia di Santa Cruz, e dalla parte cilena, forma parte del parco nazionale Bernardo O'Higgins. Raggiunge un'altezza di 3.405 metri sul livello del mare. 자료출처: https://it.wikipedia.org/wiki/Monte_Fitz_Roy



쎄로 찰텐(El Chalten)의 위치는 다음과 같다.



이미지 출처: https://portfolio.photoseek.com/ Argentina & Chile Patagonia map: 11 February - 05 March 2020: El Calafate, Los Glaciares NP, El Chalten, Monte Fitz Roy, Torres del Paine NP.

Argentina & Chile Patagonia trip map: three Dempseys travelled from 11 February - 05 March 2020: El Calafate, Los Glaciares National Park, El Chalten, Monte Fitz Roy, Lago del Desierto, & Torres del Paine NP



하니와 함께 여행한 파타고니아의 엘 찰텐은 두 번이나 다녀왔다. 님미일주 여행에서 만난 후 감동에 젖어 다시 파타고니아 여행 때 다녀온 것이다. 보통의 경우 한 번 다녀오면 호기심이 사라지고 시큰둥해지는데 피츠로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가끔씩 다시 파타고니아를 다녀오고 싶어 한다. 우라에게 피츠로이는 그런 산이자 파타고니아 최고의 명소 중에 하나였다. 



Cerro Chaltén, 담배 피우는 산으로

-첫눈에 반한 파타고니아 사진첩 #32



나는 한 때 골초였다. 적게는 하루 한 갑 많게는 세 갑을 피울 때도 있었다. 담배의 유무해를 떠나 담배가 주는 유익함이 더 많았다. 업무에 시달리거나 친구와 술을 좋아한 내게 담배는 청량제나 다름없었다. 흡연을 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기분이 전환되는 희한한 일이 중독을 불러왔다고나 할까. 



그런 어느 날 금연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지만 번번히 실패를 거듭했다. 적게는 한 달 많게는 6개월 정도까지 참고 또 참았지만 흡연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끈질긴 유혹으로 나를 힘들게 하던 흡연의 유혹을 떨쳐버린 때가 파타고니아 여행을 끝마치고 난 다음부터였다.



그게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간다. 독하게 마음먹고 실행에 옮긴 다음 무엇이든 입에 무는 습관은 버리게 됐다. 그 후로부터 지금까지 흡연의 유혹을 느껴본 적이 없었으며 흡연은 나로부터 영원히 멀어지게 됐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상종하지 말아야 할 지독한 넘.." 쯤으로 불렀으나 흡연자와 함께 어울려도 전혀 유혹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간접흡연의 경우도 있었지만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포스트에서 담배의 역사와 유무해 등에 대해 한국문화사의 자료를 펴 놓고 알아보기로 했다.



자료에 따르면 조선후기 때부터 상품화되었다고 말한다. 가짓과에 속하는 담배는 다년생 초본 식물이다. 1558년 스페인의 필리페 2세(Philip Ⅱ)가 원산지인 남아메리카 중앙부 고원 지대에서 종자를 구해 관상용·약용으로 재배하면서부터 유럽에 전파되었다고 전한다.


우기 때 자랐던 이끼가 건기에 화석으로 남은 진귀한 풍경들..이 또한 신의 그림자가 아닌가..


 현재는 북위 60°에서 남위 40°에 걸쳐 전 세계에서 재배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임진왜란 직후인 16세기말 17세기 초에 유럽에서 일본을 거쳐 들어온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러니까 지금 만나고 있는 담배 피우는 산 쎄로 찰텐은 이곳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의 흡연 습관이 그대로 드러난 풍경으로 알 수 있다. 자연의 한 현상을 의인화하여 표현한 참 낭만적인 풍경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주장은 니코틴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중독성이 강하다는 것. 그러나 담배의 유무해 논란이 한창인 요즘과 달리 당시에는 약초로 알고 있었으며 차츰 기호품으로 발전하게 됐다. 실학자 성호(星湖) 이익(李瀷, 1681∼1764)은 『성호사설(星湖僿說)』에서 담배를 피울 때의 이로운 점 다섯 가지와 해로운 점 열 가지를 언급했다.



담배의 이로운 점은 ‘가래가 목에 걸려 떨어지지 않을 때, 비위가 거슬려 침이 흐를 때, 소화가 되지 않아 눕기가 불편할 때, 상초(上焦)에 먹은 것이 걸려 신물을 토할 때, 추운 날씨에 한기를 막을 때’ 이롭다고 하였다. 물론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언급한 것은 아니다.



해로운 점은 ‘안으로 정신이 해롭고, 밖으로 눈과 귀가 해롭고, 머리칼이 희어지고, 얼굴이 창백해지며, 이가 빠지고, 살이 깎이고, 사람이 노쇠해진다’고 지적하면서 좀 더 심한 것으로 세 가지를 더 지적했다. 냄새가 심해서 제사를 올릴 때 마음과 몸을 깨끗이 하여 신과 사귈 수 없는 것이 하나이고, 재물을 소비하는 것이 둘이며, 세상에 할 일이 많은데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셋이라고 했다.  이처럼 이로움보다는 해로움이 더 많다고 하면서 연초의 폐해를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에 표착(漂着)하였던 네덜란드인 하멜(Hendrik Hamel,?∼1692)이 『하멜 표류기』에서 “현재 그들 사이에는 담배가 매우 성행하여 어린아이들이 네다섯 살 때 이미 이를 배우기 시작하여 남녀 간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매우 드물다.”라고 할 정도로 17세기 중반에 이미 흡연자가 많았다고 전한다. 심지어 영조 때는 흉년이 들어 관청에서 백성들에게 나누어 준 쌀을 연초와 바꾸어 피우는 사람이 나올 정도였다고 하니 흡연의 유혹이 얼마나 큰지 단박에 알 수 있을 정도이다.



답배를 한 번 입에 대면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그 맛(?)을 칭송하는 노래까지 불렸다고 한다. 오늘날 경상도 민요인 담바귀타령이 그것이다. 비흡연자들이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노래는 이랬다.


귀야 귀야 담바귀야 동래나 울산의 담바귀야

은을 주려 나왔느냐 금이나 주려고 나왔느냐

은도 없고 금도 없고 담바귀 씨를 가지고 왔네

저기 저기 저 산 밑에 담바귀 씨를 솔솔 뿌려..


담바고’혹은 ‘남령초(南靈草)’라고 불렀으며, 뒤에는 ‘남초(南草)’ 또는 ‘연초(煙草)’라고도 불렀다. 담바고는 타바코(Tabaco)라는 외래어 발음에서 유래되었고, 남령초는 ‘남쪽 국가에서 들어온 신령스런 풀’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아무튼 이런 유혹들이 답배산업을 일으키며 담배 제조기술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연초를 파종하는 방법은 한 곳에서 싹을 틔워 두세 잎이 생기면 비가 온 뒤에 다른 곳으로 옮겨 심 는 이식법(移植法)을 사용하였다. 싹을 옮겨심기 이전에 재배할 땅에 낙엽과 같은 천연 거름을 두껍게 깔아 쟁기로 갈아엎어 썩힘으로써 지력(地力)을 북돋아 주었다. 


싹을 옮겨 심은 후에는 줄기의 길이가 30cm 정도 이상이 되면 줄기의 끝을 잘라 예닐곱 개의 잎만 남겨 두고, 매일 새롭게 돋는 순을 잘라내 잎이 크고 두껍게 되도록 관리한다. 수확할 때가 되면 잎을 세 차례에 걸쳐 따서 햇빛이 아닌 처마 밑처럼 그늘진 곳에서 서서히 말린다..


무척 힘들었다. 그러나 파타고니아 여헹을 행복하게 만든 카메라 장비..


이런 과정 등을 거친 담배는 객주(客主), 여객(旅客), 보부상(褓負商), 소상인 등을 통해 서울을 비롯하여 지방의 대도시로 유통되었다. 지방에서는 장시를 통해서, 서울에서는 담배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연초전(煙草廛)이나 담뱃잎을 썰어서 판매하는 절초전(折草廛), 담뱃대와 재떨이를 판매하는 연죽전(煙竹廛) 등의 상가를 통해서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되었다고 전한다. 




   서기 2023년 4월 4일 아침,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아침부터 봄비가 추적거리기 시작한다. 참 분위기 있는 아침이다. 쎄로 찰텐.. 그러니까 피츠로이(Fitz Roy)로 가는 길에 만난 풍경들은 흡연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금연을 할지언정 파타고니아 여행은 죽을 때까지 해도 끊을 수 없는 것. 



흡연의 유무해는 고사하고 여행자의 천국에서 만나는 풍경들은 지독한 중독성도 있고 끊으래야 끊을 수 조차 없다. 왜냐고 묻지 마시라.. 여행자는 길 위에서 행복한 법이니 말이다.



오래전 이 땅에 살았던 원주민들이 유유자적 바라본 곳에 담배 피우는 산이 있었다.



오늘날에도 이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두 가지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내고야 만다.



담배 피우는 산 쎄로 찰텐과 깔라파떼(Berberis heterophylla) 열매이다. 파타고니아를 여행한 사람들은 깔라파떼의 전설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열매를 한 번 따 먹은 사람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



담배 피우는 산을 한 번이라도 바라본 사람들과 깔라파떼 맛을 본 사람은 흡연의 중독성 보다 더 강력한 절경의 중독성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 금연을 한지 까마득한 오래지만 여전히 파타고니아 중독에 빠져 살고 있다. 하니가 짬짬이 파타고니아 타령을 하는 이유는 쎄로 찰텐 때문이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자 신께서 감추어둔 보물 중의 보물이다.


Cerro Caltén, le montagne fumano_Monte Fitz Roy PATAGONIA
Il 04 Aprile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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