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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n 16. 2023

파타고니아, 하얀 비단결에 덮인 길

-북부 파타고니아, 꼬자이께서 뿌에르또 리오 뜨랑퀼로까지


코 앞의 미래도 알 수 없는 세상.. 안다고 해도 무시로 뒤바뀌며 혼란을 주는 세상..?!!



하니와 나는 이미 파타고니아 깊숙한 곳까지 여행을 마친 후 또 다른 미지의 세계를 향하고 있다.



그때 버스 속에서 만난 비단결을 닮은 뽀얀 세상..



남반구의 절기상 초여름에 해당하는 날씨지만 도로 곁에는 짙은 운무가 가득하다.



마치 꿈속에서 만난 풍경처럼 흐릿하면서도 기억에 오래도록 남은 장면들..



우리는 칠레의 북부 파타고니아 꼬자이께서부터 뿌에르또 리오 뜨랑퀼로까지 가는 버스 속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하얀 비단결에 덮인 길..  



자연의 현상을 내편으로 끌어들이면 이런 풍경은 하늘의 축복이 이어지고 있는 길이다.



파타고니아 여행을 하는 동안 이런 풍경이 뷰파인더에 담긴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돌이켜 보면 비단결에 덮인 풍경 외에도 각각 또 다른 하늘의 보살핌과 축복이 동행했다.



닫힌 공간 속에서 누리는 하늘님의 보살핌과 축복.. 



가끔씩 우리 대한민국의 최첨단 운송수단을 탈 때마다 지겨워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특정 역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동안 시멘트를 발라둔 듯 변하지 않는 회색빛 창밖의 풍경들..



그럴 리가 없지만..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로 이동하는 동안 창밖의 풍경이 바깥세상을 조금만 닮았다면..



머리를 휴대폰만 빤히 들여다보는 일은 없을 게 아닌가..



이곳은 원주민들과 여행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국도로 개발이 많이 진행된 도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스가 이동하는 길 옆의 풍경들은 여전히 원시의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다시..) 그럴 리가 없지만 이런 풍경을 지하철이 이동하는 땅 속 공간에 설치해 놓으면 어떨까..



그렇게 된다면.. 가뜩에 나 바쁘게 앞 뒤 가릴 수 없을만치 바쁘게 사는 시민들은 잠시나마 위로를 얻을 거 같다는 생각이 퍼뜩 든다.  



사람들이 먼 나라가 아니라도 여행을 꿈꾸는 이유는 일상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은 이유 때문이 아닐까..



매일 살아가는 일상이 닮은 듯 하지만 실상은 적지 않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어떤 때는 매일 아침에 만나는 사람들이 익숙한 때도 있지만 전혀 다른 상황도 발생하게 된다.



사정이 그렇다고 한들.. 그 짧은 찰나의 기억을 머릿속에 오래 담아두지 않는다.



지하철 문이 열리고 자리를 잡는 즉시 휴대폰을 열어 습관을 이어갈 것이다.



휴대폰 앱에 등장한 프로그램을 열심히 뜯어(?) 보는 동안 귀는 차내 방송을 예의 주시한다.



현대인 또는 도시인들에게 매우 익숙한 풍경들이 파타고니아 여행에서 만난 창밖 풍경에 겹쳐 보인다.



하니와 나는 버스를 타고 파타고니아 여행을 하면서 항상 버스 앞 좌석을 예매하곤 했다.



현지인들과 여행자 다수는 복불복으로 주어지는 티켓을 쥐고 목적지까지 졸면서 이동했다.



돌이켜 보면 버스 속에서 졸아본 기억이 없다. 하얀 비단결에 닫힌 길 위서 졸고 자빠질까..



그때 뷰파인더에 담아 온 기록들이 어느 날 안 청춘의 황혼기를 행복하게 만들고 있다.



세상은 짙은 운무에 갇힌 여행자의 길처럼 한 치 앞을 분간할 수가 없다.



목적지가 코 앞에 있어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때 당신 앞에 등장한 신의 그림자와 함께 동행하는 일.. 



세상은 넓고 단 한 번도 보지 많은 비경은 숱하게 널려있다.



내일 당장 하늘이 나를 소환해도 전혀 억울하지 않으며 오히려 반기는 태도라면.. 



비단결에 덮인 길이 아니라 칠흑같이 어두운 밤길에도 기꺼이 부르심에 마음을 열고 답할 것이다.



먼 나라 여행을 떠날 때 여행자와 방랑자는 큰 차이를 보인다.



여행자는 장차 돌아갈 곳이 예비되어 있지만 방랑자는 그러하지 못하다.



뽀얀 비단결에 덮인 길이 거의 끝날 무렵 길 가장자리에 거북이를 닮은 돌덩이 하나가 눈길을 끈다. 느려터진 거북이로부터 삶을 배우라는 신호였을까.. 곧 신세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편으로 이어진다.


Dal nord della Patagonia, Coyhaique fino a Puerto rio Tranquilo
il 15 Giugn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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