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론가 나를 데려갈 바람을 찾아다녔다.
누군가가 나의 손을 잡아 끌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느껴지는 기운을 따라 그곳으로 닿아보고 싶었다. 베란다에 흰색 백일홍이 지치지도 않고 송이 송이 꽃송이를 보여주고 있다. 날마다 미안한 기분이 들었지만 겨우 목을 축이게 물을 주는 것 말고 관심을 오래 주지 못했다. 집밖으로 나서니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생긴다. 어쩌면 질리도록 했던 일들일 것이다. 종일 싱크대를 서성이고 세탁기 주변을 맴돌고 베란다주변을 오가는, 아이들을 데리고 어딘가로 혹은 학교 근처에서 실갱이 버리던 일들이다. 남편과 점심 매뉴를 정하고 저녁이면 도망치듯 산책을 나서던 시간들은 이제 멀리 멀리 잊혀진 과거 같았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나는 왜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일까. 운명이라는 바람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것일까. 스스로 나섰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엔 무엇이 나를 이끈 듯 다른 무언가가 느껴진다.
증명해보고 싶었던 것들중 하나가 성사 되었고, 다른 것을 증명해보려고 집밖으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