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꽃이 보고 싶다

겨울방학

by 무쌍

작은 풀포기, 작고 귀여운 꽃잎, 차란 거리는 초록 잎이 무척 그리운 시간이다.

베란다에 두었던 화분들은 모조리 거실로 데리고 들어왔지만, 어딘지 모르게 힘이 없어 보였다. 계절 겨울은 집안에 있는 식물까지 휴식의 시간을 명령한 듯싶다. 물을 달란 기색도 없고, 그렇다고 잎을 새로 만들 궁리도 하지 않는다.

이럴 땐 식물 관련 책을 보던지, 다른 계절에 찍어둔 사진을 들춘다. 그런데 어쩐지 쑥쑥 진도가 나가지 않다. 대신에 작은 야생화, 흔히 잡초라고 불리는 길가의 꽃들이 보고 싶다.



텃밭을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배우는 건 잡초를 뽑는 일이었다. 큰 밭도 아니고 두 평 남짓한 땅 위에 채소를 심고 먹어야 하기에 잡초에게는 자리를 하나도 내어 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땅이 있는 곳은 곧 잡초가 있다는 것이었다. 지독하게 솟아나지는 않았지만 항상 잡초는 새로 생겼다. 습지만, 료한 겨울을 심하게 보내는 것보다는 밭에 잡초를 뽑는 일이 더 신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겨울이 깊어간다. 초록 기운은 상록수에 겨우 남은 듯 밖은 고요하다. 1월이면 정원사들을 이미 봄을 시작한다고 한다. 한 해 동안 어떤 정원을 만들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벌써 꽃 친구들의 씨앗 판매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할 일이 많아지는 봄이 그리워서 인지, 봄이 금방이라도 올 것 같은 기분에 밖으로 나섰다.


산책로엔 봄까치꽃이 짙은 초록으로 잔디처럼 깔렸다. 봄에 가장 먼저 파란 꽃을 피우는 봄까치꽃은 벌써 월동준비를 끝낸 모양이었다. 잠깐 초록 구경을 하나 싶었지만 길가엔 내린 눈이 그대로 남았다.

눈 위에 떨어진 단풍 낙엽이 귀엽다 싶었는데, 옆에 서있는 목련나무는 겨울 눈이 제법 통통해 보였다. 눈이 쌓이긴 했지만 분명 목련 꽃이 될 봉오리였다.



남쪽나라에는 스노 드롭이 피었고, 제주에도 수선화가 피었다. 1월 이면 따뜻한 곳부터 꽃 소식이 온다. 서울의 봄은 아직도 멀었지만, 성미 급한 나는 베란다에 빈 화분들을 보며 무엇을 심을지 고민을 시작했다. 덩굴손이 만든 초록 커튼이 가장 먼저 리스트에 올랐다. 초록 커튼을 오이로 할지, 수세미로 할지, 풍선덩굴로 할지 고민이다. 당장 씨앗이 준비된 것들이지만, 봄이 오면 변덕을 부려 다른 주인공으로 캐스팅될지 알 수 없다.

잡초가 그리워서 그런가? 딴생각이 잡초처럼 솟아났지만 오후부터 내린 비가 눈으로 바뀌어서야 결국 정신을 차렸다. 그보다 넘어야 할 산은 따로 있었다. 두 아이의 긴 겨울 방학식이 내일 모레라는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동백나무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