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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진 Jan 05. 2021

오케스트라 공연 300% 즐기는 꿀팁

듣다가 안 조는 법 가르쳐드립니다

  오랜만의 문화생활, 하지만 클래식 공연장에 앉으면 5년된 불면증도 극뽁! 감기는 눈을 애써 뜨고 기대보다 지루한 공연을 보셨던 경험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내돈내산한 공연, 안 졸고 300% 즐기는 꿀팁을 알려드립니다.


1. 공짜 사탕 챙겨가세요.

  연주회장에서 공짜 사탕을 주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사실 졸지 말라고 주는 건 아니고, 기침하지 말라고 주는 사탕이에요. 고요한 공연에서 콜록대게 되면 주변에 방해가 되니 나누어주는 겁니다.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는 매표소 근처에 큰 사탕바구니가 있고, 롯데콘서트홀은 직원에게 요청하시면 목캔디를 제공해드리게 되어있습니다. 예당 사탕은 심지어 연주 중에 먹어도 부시럭 소리가 나지 않는 특수 포장된 사탕이에요!

  두 홀 모두 추울까 봐 담요도 빌려주고, 음식물 반입은 금지이지만 물은 들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관객들이 기침 안 하고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센스이지요 :) 기침할 것 같다, 졸릴 것 같다, 사탕을 챙겨갑시다. 담요 덮고 졸 것 같으면 담요는 패스하시고요!


2. 타악기 연주자를 주목!!

  무대 가장 뒤, 북과 심벌즈에 둘러싸여 있는 사람을 주목하세요. 현악기는 악기를 끌어안고 뭔가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이소리가 바이올린 소리인지 저 소리가 바이올린 소리인지 눈으로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부는 악기들도 종류가 너무 많아서 누가 뭘 부는 건지 분간하기가 어렵고요. 하지만 직관적인 악기! 저 사람이 저걸 때리는 게 분명히 눈에 보이는 악기! 바로 타악기입니다.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앉아있던 타악기 주자가 슬슬 일어난다면 주목하세요! 십중팔구 곧 클라이맥스라는 뜻입니다. 클라이맥스가 지난 것 같은데 타악기 주자가 또 일어나서 팔을 크게 들기 시작한다고요? 십중팔구 엔딩이라는 뜻입니다!!

  물론 고요한 분위기 중에 타악기가 요정 같은 존재감을 뿜어낼 때도 있습니다. 그럼 그 요정 같은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찾아보세요. 혹시 타악기 주자 중 한 명이 큰 실로폰 같은걸 치고 있지는 않나요? 직관적인 타악기를 관찰하다 보면 음악이 더 재미있어집니다.



가끔 이런 명장면도 있어요.



3. 박수 언제 치나요??

  사실 저는 박수 아무 때나 쳐도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모두들 고요한데 나 혼자 박수로 홀의 핵인싸가 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으니, 손뼉 치는 타이밍을 정확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셀 수 없는 공연을 다니며 찾은 불변의 타이밍, 바로 '안다 박수'가 나오는 순간입니다.

 안다 박수가 뭐냐고요? 악장과 악장 사이는 손뼉 치지 않는다던데.. 이게 지금 1악장인지... 2악장인지..... 3악장인지, 보통 3악장이면 끝이던데 가끔 4악장까지 있는 곡도 있어서 헷갈리는..... 바로 그때, 어떤 핵인싸가 사랑과 정열과 자랑을 담아 치는 겁나 큰 박수소리가 들리면, 그것이 바로 안다 박수입니다. 보통 열띤 ‘브라보!!!!!!!!!!' 소리와 함께 나오곤 하죠. 우리가 아무리 자주적으로 손뼉 칠 마음의 준비를 해도, 이 안다 박수를 이기기는 쉽지 않아요. 음악이 끝나자마자 0.1초 만에 튀어나오는 박수거든요! 그냥 맘 편히 따라가시면 됩니다.


  하지만 음악가로서는 안다 박수가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지휘자가 지휘봉을 들고 있을 땐 비록 그 곡이 끝난 것 같아 보일지라도 끝난 게 아니거든요. 마지막 여운, 마지막 소리의 울림도 그 곡의 일부입니다. 곡이 다 끝나고, 지휘자가 지휘봉을 내려놓고, 천천히 뒤돌아서 관객들에게 인사할 때, 그때 박수를 치셔도 절대 늦지 않아요. 제가 생각하는 정석 타이밍은 '지휘자가 인사할 때'입니다.

 


4. 이 공연에 앙코르가 있게 없게

  준비된 연주가 다 끝나고 난 뒤, 관객들은 연주자들에게 감동했다는 리액션으로 무한 박수를 치곤 합니다. 그러면 퇴장해서 짐 싸던 연주자들이 열띤 박수소리를 못 이기고 무대 뒤에서 다시 나와 다시 인사하고 돌아가는, '커튼콜'이 이루어집니다. 커튼콜이 거듭되다 보면, 연주자들이 감사의 의미로 앙코르 무대를 선사하기도 하지요.

  이제 커튼콜과 앙코르는 하나의 문화가 되어서 관객들은 으레 박수를 치고, 연주자들은 무대 뒤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금세 다시 나와 인사를 하고 앙코르를 하는 것이 관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가끔 앙코르가 없는 무대도 있습니다. 열심히 손뼉 쳤는데 앙코르도 안 해주니 서운하긴 하더라고요! 하지만 연주를 많이 보고 나니 이제는 언제 앙코르가 있는지, 언제 없는지 마음의 준비를 하며 박수를 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키포인트는 바로 보면대입니다! 양쪽 끝이나 합창석 등에 앉으면 보면대가 특히나 잘 보이지요. 모든 곡이 끝났는데 보면대에 악보가  있다? 의심해보실 만합니다. 그런데 젤 끝장이 아니고 첫 장이 펼쳐져있다? 백 프롭니다. 그날은 앙코르까지 즐기고 가시면 됩니다. 하지만 앙코르가 없어도  시간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한 연주자들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연주자로부터 받은 감동을 되돌려줄  있는 따뜻한 문화니까요!


5. 공연 3시간 전...

  연주자들은 큰 연주를 앞두고 식사도 조절하곤 합니다. 식사를 안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하시는 분들은 공연 세 시간 전에 밥을 드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시간쯤 되어야 소화도 되고 힘도 나고 하는 건가 봐요. 처음 그 썰을 듣고 난 뒤에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겼었는데, 오잉 사실이네! 한 경험이 있었어요. 세 시간 전 연주장 지하 카페에서 식사하시는 유명 피아니스트를 본 적이 있거든요!!! 물론 긴 관람 인생 딱한 번 있었던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공연장에 좀 일찍 도착하시는 날이 있거든 살포시 기대해보시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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