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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a Feb 01. 2019

별네개와 별다섯개 사이, 그 무한함

평가에 영향을 주는 반의 미학

이전 게임을 즐기기 위한 나만의 10가지 룰에서도 말했듯 나는 내가 플레이한 게임에 대한 평가를 코멘트와 함께 정리하고 있다. 게으른 탓에 기록 매체가 여러 군데로 나눠져 있어서 전체에 대한 %로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두 매체가 동일한 기준 (10점 만점)의 점수 체계로 관리되고 있으므로 같은 레벨로 보고 훑어봤다. 


플레이 경험에 영향을 주는 것은 다양하다. 내가 선호하는 장르일 수도 있고, 나를 자극시키는 요소가 게임 내부에 있을 수도 있다. 내 경우는 수집형 컨텐츠 게임의 난이도나 그래픽, 전반적인 플레이타임까지 각각의 요소가 합쳐져 게임을 평가하게 된다. 내가 기록한 게임들을 훑어보고 점수를 내리는 기준, 그리고 '반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1. 나는 관대하다

평가 시스템에서의 나는 놀랄 만큼 관대하다. 왜냐하면 제일 긍정적인 플레이를 했던 게임의 경우 10점을 평가한 반면, 최하점이지만 구리다는 의미가 아니다은 7점(...)의 평가를 내렸기 때문이다. 이걸 보면 나는 상당히 관대한 편이다.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사전에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 반영되는 경우이다. 나의 경우에는 게임을 사랑하고, 게임을 만드는 모든 이들의 노력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게임의 평가를 낮은 점수로 내리지 않는다. 이 경우는 제품 자체가 아닌 외부 요소에 의해 가치가 평가되는 경우이다. 10점의 점수 체계에서 7점은 상당히 높은 점수이지만, 나에게는 최하점의 점수이다. 개인이 가진 가치관과 성격, 성향에 따라 점수의 분포는 다채로워진다. 이 7점을 '높다'라고 평가하기 어려운 것이다. 나 하나만 보면 7점은 최하점으로 평가된 점수지만, 많은 표본이 모였을 경우는 다를 것이다. 나의 7점 평가는 의도했던 제품(서비스)의 가치평가 대상에서, 사실 의미가 흐려진다. 이걸 보면 개개인의 점수의 분포 또한 제품 평가 시 고려되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2. 코멘트의 줄 길이가 미묘하게 다르다

재미있게 플레이했거나 게임에 대해 말이 많아지는 경우, 게임에 대한 좋은 평가를 내렸을 경우 함께 작성된 코멘트의 길이가 길다. 대부분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특별한 순간이 있었는지. 그래픽, 스토리, 엔딩, 레벨 시스템, 시스템, 난이도 등 전반적 범위에서 코멘트를 달아 놓았다. 대부분 평가에 스포가 있어서(...) 스포가 심각하지 않은 평가 두 개를 가져왔다.  


PSP로 플레이했던 SOL TRIGGER의 평가는 7점이다. 7점이지만 이래 봬도 최하점이다(...)

32H 마지막약속의이야기 후일담임. 친절한 세이브포인트와 캐릭터 모션이 좋았다. 스토리 개연성 자체는 보통수준 전체적으로 깔끔하다. 정루트 진행하면 보스들이 좀 허접했다.


PSP로 플레이했던 브레스 오브 파이어3의 평가는 8점이다.

64H 브레스 시리즈는 항상 재밌는 듯!! 플레이타임이 생각보다 길었는데 질리지 않는 정도. 캐릭터성도 좋고 조작을 활용한 미니게임이 많아서 즐겁게 플레이했다. 전체적 난이도는 중간이고 노가다를 안해도 무난하게 클리어가 가능 최종보스는 허접한편 오랫만에 정통 제이알피지를 해서 좋았다.


60시간 넘게 하고 최종 보스가 허접하다고 하는 토끼공듀이다.



3. 감정표현이 들어있는 리뷰

또 하나 특이한 점은 긍정적인 플레이를 한 게임의 경우 감정표현이 들어있는 리뷰가 많았다. 제일 많은 건 'ㅠㅠ' 였고 왜 난 항상 울고 있는가... 격앙된 감정을 실어 나르듯 '!!!' 느낌표를 잔뜩 붙인 리뷰도 많았다. 또한 이모티콘을 잔뜩 붙인 리뷰도 많았다. 상대적으로 보통의 평가나 내 기준의 낮은 평가인 7점(...) 리뷰의 경우 무미건조한 문장이 눈에 띄었다. 



4. 나를 안정시키는 8점의 영역

10점 체계에서 8점은 상당히 유용한 점수이다. 왜냐하면 완벽한 작품에 대한 평가인 10점은 한정된 이들에게만 허락된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나의 점수 체계에서는 7점이 최하점이므로, 8점은 '그럭저럭 무난하게 잘 플레이한' 게임들이 속하는 점수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최하점과 최고점으로 평가되는 작품들은 매우 한정되어 있고, 많은 게임들이 8점에 평가된다. 8점은 나에게 있어 고민 없이 선택할 수 있는 도피처와 같다. 


 


| 공개된 공간에서 별점에 영향을 주는 것들  


위의 경우에는 게임을 평가하는 개인적 공간이었지만, 이 또한 외부 요소개인의 가치관가 제품의 평가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있음을 발견했다. 평가는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나만 보는 것인가에 따라서도 다른 양상을 보일 때가 있다. 실제로 별점과 코멘트가 적극 활용되고 있는 커머스 서비스를 훑어보면, 구매한 상품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뿐만 아니라 구매한 상품이 내 손에 들어온 후까지의 전반적인 서비스 경험에 대한 평가가 보인다. 평가의 기준이 상품을 넘어 서비스 자체로 확장되는 경우이다. 그리고 대개는 개개인의 구매 경험에 따라 평가가 갈린다. 커머스에서 달린 낮은 별점은 이러한 특성을 가지는 것 같다.  


1. 상품 자체의 하자가 발견될 경우 

대부분의 고객은 자신이 구매한 제품이 당연히 멀쩡한 상태로 오기를 기대한다. 다만 검수과정에서 눈에 띄지 않은 결함이 고객에 눈에 발견된다. ‘결함을 용인하고 그대로 사용할지’ ‘귀찮은 교환 과정을 거쳐야 할지’에 대한 어려운 선택을 하게 한다. 고객의 전체 구매 경험에서 예상치 못한 순간이고, 어느 쪽 결정이든지 고통을 수반한다.  


2. 배송이 느릴 경우 

‘XX일까지 배송 가능한가요? 제발 그때까지 받아보게 해 주세요. 여친/남친/친구/부모님/고양이 선물이라서요’ 등의 글이 가끔 눈에 띈다.  ‘누군가에게’ ‘언제’ 전달하기 위하여 구매를 하는 경우다. 우리나라는 물류/유통이 정말 발달하여 당일 발송 다음 날수령의 메커니즘에 익숙해져 있는지라, 한계까지 자신의 운을 시험하는 고객들이 많다. 칼 배송이 되지 않을 경우 금방 인내심이 바닥난다.  


3. 배송이 잘못되었을 경우 

커머스를 이용하는 많은 고객은 ‘시간’을 절약하고 ‘가성비’ 좋은 구매를 하기 위해서다. 이 경우에는 고객의 ‘시간’을 뺏는다. 이를 통해 고객은 피크까지 오른 기대감이 한순간에 바닥으로 떨어지고, 더불어 교환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수고로움’까지 겪어야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절대 주지 말아야 할 구매 경험 중 하나이다.) 


4. ‘내가 생각했던 상품’이 아닐 경우 

신기하게도 구매한 상품이 내 생각과 달랐을 경우, (ex: 표기된 사이즈를 여러 번 확인했는데도 실제로 사이즈가 맞지 않을 경우. 모델의 피팅만 보고 구매했을 경우, 온갖 정교한 말들과 장인의 손길로 만져진 제품이 실제로는 엉성하기 짝이 없을 경우) 구매자는 그 제품에 대한 엄격한 평가를 내린다. 이것은 상품이 제공하는 정보와 내가 이해한 정보의 괴리에서 온다.  


5. 제품 상담이나 구매과정에서 불친절함을 느꼈을 경우  

제품이 아닌 구매과정 중 서비스 전반에서 불만을 느끼고 엄격한 평가를 하는 경우이다. 이런 평가가 하나라도 쌓이는 것은 사장님들에게 큰 비수로 꽂힌다. (한 사람의 불만 섞인 평가로 인해 댓삭을 요구하는(?) 사장님들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위의 항목을 보면 커머스를 이용하는 사용자의 평가기준은 제품 자체의 ‘평가’라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특정한 제품을 선택하여 구매하고, 배송과정을 거친 후에 받아서 뚜껑을 열기까지의 ‘전반적인 구매 경험'에 대한 평가이다. 그리고 온라인에서의 별점과 댓글은 나의 언짢음을 만천하에 알리는 좋은 통로이고,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다.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좋은 별점 평가의 기준이 된다.  


1. 상품 자체의 하자가 없을 경우 

2. 배송이 빨랐을 경우 

3. 배송이 잘 된 경우 

4. ‘내가 생각했던 상품’ 일 경우 

5. 제품 상담이나 구매과정에서 친절함을 느꼈을 경우  



+ 점수와 코멘트의 사례에 대해 찾다가 kmangyo님의 150자 영화 리뷰의 글에 따른 글을 보게 되었는데. 흥미로운 결과를 만났다. 공개된 장소에서의 코멘트는 다소 설득을 필요로 한다. 공간이 외부로 열려있고,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코멘트에 반영된다. 





| 개인적 공간에서 별점에 영향을 주는 것들


같은 별점을 통한 ‘평가’라도, 개인 기록매체 및 개인화된 공간에서의 ‘평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예를 들어 내가 특정 게임에 대한 평가를 내렸을 때, 내가 이 게임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겪은 나쁜 경험이 평가에 적용되지는 않는다. 이 경우 내가 보고 듣고 느낀 제품에 대한 순수한 평가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것은 훌륭하게 개인의 잣대로 평가된다. 그리고 종종 별 네 개 반, 다섯 개와 네 개 사이의 무한한 스펙트럼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1. 내 선택에 대한 무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아무리 기대 이하의 작품이었어도, 평가는 최악을 피해 내리는 경향이 있다. 나의 경우에는 최하점이 7점 이하를 내려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이 망겜을 선택하고 실행했다는 것에서 도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2. 어느 정도 평가가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시작한다

특히 프랜차이즈의 경우, 이전의 작품에서 매긴 별점을 가슴속에 간직한 채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에는 이전의 작품에서의 기대 및 불만이 새로 시작하는 새 작품에서도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전의 작품이 만족스러웠다면 


3. 내가 들인 노력의 크기에 비례하여 평가된다


재미있거나 나를 자극하는 수집용의 요소가 있어서 > 플레이타임이 길어짐 > (플레이타임에 비례하여) 평가가 올라간다. 내가 들인 노력의 크기가 커질수록 평가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 반개가 주는 심리적 안정감

그러면 별점을 평가할 때 10개 단위와 5개 단위의 경우는 어떨까. 상대적으로 별 5개의 경우 미세한 평가 항목에 대해 대응하기 어렵다. 반대로 10개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넓은 평가 폭을 가진다. 그러나 5개와 10개에 반개 시스템은 상황이 조금 달라질 것 같다. 

완전한 별 한 개를 반으로 쪼개, 별 5개인 평가항목에서 10단계로 평가하는 시스템은 사용자가 고민하는 순간을 줄인다. 별 5개는 완벽한 작품에 대한 평가라고 한다면, 별 5개를 주는 것은 다소 주저될 확률이 높고, 별 4개 반을 줄 확률이 높아진다. 

반대로 별 10개 항목에서의 반개 시스템은 그다지 효과가 없을지도 모른다. 20단계로 펼쳐진 평가 단계에서, 별 8개 반이나 별 9개나 그 가치의 차이는 미미하다. 단지 완벽한 작품에 대한 평가가 아쉬울 경우 사용될 확률이 높고, 통계 분포가 한쪽으로 치우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간혹 평가에 대해 점수로 소수점 아래까지 평가하는 시스템이 있다. 그리고 아이콘과 함께 점수가 표기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 그런 시스템을 반려동물 쇼핑 서비스에서 경험했고, 점수의 UI는 5개의 아이콘으로 표시된다. 10점의 경우 5개의 아이콘이 채워지고, 8.3의 경우 4개의 채워진 아이콘과, 나머지 1개가 미세하게 채워진다. 1개의 아이콘이 20단계를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밖에서 보면 다소 의문스럽다. 내부적으로 상품의 평가에 대해 세밀하게 통계처리를 해야 할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왜냐하면 아이콘의 면적인 0.1 단위는 시각적으로 차이가 없고, 사용자의 기본값은 만점으로 설정되어 있다. 사용자가 굳이 소수점 단위로 세밀하게 평가할 필요도 없다.



나는 8.3입니다. 별 네 개가 아니에요. 별 네 개 같다고요? 흠흠



반개 시스템이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목적과 분명한 의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사용자의 평가를 다채롭게 하기 위해서 사용한다. 두 번째는 사용자가 평가할 때의 고민을 줄여준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평가의 특정 군집을 만들기 위해서 사용한다. 반개 시스템은 사용자가 평가를 좀 더 세분화할 수 있게 하고, 제공되는 물품과 서비스에 대한 판단지표를 늘린다. 별 네 개와 다섯 개 사이에는 사용자의 주저 없이 초대하는 무한한 영역이 있다. 평가 시스템의 의도와 목적에 맞게, 사용자가 만족도에 대한 평가를 주저 없이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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