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구 까방권을 얻는 방법~
2015년 말에 나는 모 게임회사에 BX디자이너로 면접을 보고 왔다. 각종 나의 포트폴리오와 여러 가지 날카로운 질문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면접관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해왔다.
게임에 대해 일가견이 있으신 것 같은데
당신은 게임을 왜 좋아하나요?
나는 순간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방금 전 라프 코스터의 <A Theory of Fun for Game Design> 에 대한 이야기가 막 끝난 참이었다. 나는 앵무새처럼 '게임은 자아실현의 방법이다.. 블라블라 그래서 자아실현의 방법이다'라는 말로 내가 좋아하는 이 게임에 대해, 이루 형용할 수 없는 커다란 덩어리를 그 문장으로 일축 해 버렸다. 결과는 좋지 않았고, 그날 밤 나는 베개를 쥐어뜯을 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무언가를 좋아한다!라고 흔히 얘기한다. 그것은 그들에게 있어 하나의 취미일 수도 있고, 업일 수도 있고, 영혼의 안식처일 수도 있다. 그리고 '왜 좋아하냐?'에 대한 질문도 받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당신은 뭐라고 대답했나? '재밌어서요' '날 숨 쉬게 하는 거예요' 등의 대답은 그 들 각자가 가진 덩어리를 100% 설명하진 못할뿐더러 완벽한 대답은 아닐 것이다. 왜냐면 블라블라 얘기하기 시작하면 하나의 대 서사시가 펼쳐지고, 밤을 새워 얘기할 수도 없을 만큼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몇몇 사람들은 나처럼 깊숙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왜 게임을 좋아하나요?"
그래서 나는 생각해 보았다. 내가 왜 게임을 좋아하기 시작했는지에 대해. 그리고 몇 가지 결론에 이르렀고, 써보고 싶다.
이 대답은 질문의 첫 번째 대답이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대답을 잘 하지 못했다. 논리 없는 문장으로 일축한 대답은 좋은 대답이 아니었다. 그래도 나는 게임이 나의 자아실현의 도구라고 생각한다.
나는 Ubisoft사의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를 굉장히 좋아한다. 각종 역사와 탄탄한 주변 지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게임은 고증이 거의 완벽에 가깝다. 픽션과 현실이 교묘하게 얽혀 게이머를 그 시대로 초대한다. 사람이 살면서 누가 대 성당 십자가 꼭대기까지 올라, 피렌체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을까? 아마 현실에서 그것이 가능하다면 철컹철컹을 동반할 뿐만 아니라 신변의 위협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나는 이탈리아나 프랑스를 가보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지역의 스팟이나 역사에 대해 배웠다. 이것은 따분한 역사공부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내가 게임을 통해 체득한 결과이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 사람들은 영화나 책도 이러한 간접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할 것이다. 그러나 영화와 책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게임에서는 경험할 수 있다. 그것은 두 번째 대답이다.
게임은 단순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노력은 보상을 낳는다는 것이다. 미션을 수행하며 유저는 당연한 보상을 바란다. 일부 컨트롤이 어려운 것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우는 유저가 노력을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도전과제나 트로피를 따기 위해 유저가 시간을 투자하고 이너 피스를 외치며 가까스로 화를 억누르는 모든 과정이 노력이라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유저는 게임 속에서, 노력에 의한 보상을 받고, 힘을 키우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이는 영화와 책과는 엄연히 다를 것이다. 같은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어도, 누가 플레이하느냐, 얼마나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그 매체로부터 얻어가는 경험의 폭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그래서 나는 게임이 좋다. 노력하면 얻는다. 이것은 게임에 있어 불변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몇 가지 더 좋은 대답들이 있을 것이지만, 게임에 대한 내 사랑을 지금 여기서 다 정의 내리기엔 어렵고, 앞으로도 많은 이유들을 찾아낼 것이다. 다만 영구 까방권 획득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SHOW MUST GO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