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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Feb 21. 2023

산타처럼 찾아온 논객닷컴

내가 '고라니'라는 필명으로 처음 글을 쓴 곳은 '논객닷컴'이라는 인터넷 신문이다. 당시 논객닷컴에선 2회째 청년칼럼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었다. 한번 나가보라는 권유에 직장생활을 소재로 글을 냈는데, 운 좋게 장려상을 받았다. 더 운 좋게도 매달 칼럼을 기고하는 기회를 얻었고, 2년이 넘게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썼다. 고라니를 치면 네이버에 내가 쓴 글이 검색되는 신비로운 시간이었다.


직장인이 되고 가장 많은 책을 읽은 것 같다. 그 달의 주제를 일찌감치 정하고, 관련 서적을 최소한 한 권은 읽었다. 직장 내 부조리, 감정노동, 지역차별 등 직접 겪고 느낀 것들을 두드리다 보면, 사는 대로 살아지는 게 아니라 생각하며 사는 느낌이 들었다. 소중한 기회를 잡게 해 준 친구에게는 지금도 깊은 고마움을 갖고 있다.


'논객닷컴'이 '오피니언 타임스'로 이름을 바꾸며 많은 필진이 청년칼럼의 기고를 중단했다. 자발적으로 멈춘 건 아니었다. 어느 날부터 마감일자를 알리는 이메일이 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원고를 송고해 보았다는 필진의 글이 몇 주 째 올라오지 않자 깨달았다. 이건 완곡한 이별의 통보구나. 질척거리지 말고 아름답게 헤어져야겠네.


당시 내겐 브런치가 있었고, 오피니언 타임스에서 자리를 옮긴 기자님의 제안 덕에 '한국공제보험신문'에 칼럼을 쓰고 있었다. 그 덕에 아쉬운 마음을 달랠 수 있었지만, 그간 들었던 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이따금 방문해 그때의 글들을 읽으면, 내가 산다는 걸 정말 진지하게 생각했구나, 지금은 대수롭지 않게 된 것들도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았구나 싶어 가슴이 떨렸다. 전애인과의 추억을 몰래 들추는 느낌이었달까.


그 뒤로 다시 2년이 지나며 오피니언 타임스를 들르는 주기도 매우 길어지던 차, 산타의 선물처럼 이메일이 왔다. 최근 취임한 대표이사께서 '논객닷컴의 부활'이라는 표현과 함께 다시 원고를 보내줄 것을 요청하는 장문의 글이었다. 과거에 원고 마감일자를 받을 때처럼 마음이 설렜다. 어떤 글을 쓸지, 요즘 내게 가장 걸쩍지근한 문제가 뭔지 머릿속에서 저절로 떠올랐다.


각별했던 시절을 이어갈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는  함께 공들여 퇴고한 글을 보냈다. 다시 칼럼을 기고하게 된 기념으로 해당 글의 링크를 하단에 첨부하려 한다. 논객닷컴과 다시 오랜 시간을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말하고 싶은 걸 쓰던 그때의 솔직함을 되살려보고 싶다.



우린 더이상 인생을 공유하지 않는다 / 고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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