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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오 Sep 26. 2017

퀘스트와 보상

게임과 현실 사이에서...

가상현실이 실제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이다. TV프로그램은 말할 것도 없고 24시간 스마트폰이 함께한다. 그러다보니 출퇴근하는 지하철 안이나 카페 등에서 핸드폰에 몰두하는 사람들을 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예전에 직장 동료들의 추천(?)으로 커피를 만들어 판매하는 게임에 잠시 빠진 적이 있었다. 그 전까지는 모바일 게임을 해본 적이 없었고 별 관심도 없어 톡으로 하트 좀 달라는 메시지를 보면 참 귀찮기도 하고 이렇게까지 해야되나 싶기도 했다.


그동안 게임이라고는 PC방이 유행하던 학창 시절 친구들과 몇 번 PC게임을 한다거나 가끔 오락실에 가는 정도였기 때문이다.


어쨌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작한 게임이 순식간에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다운로드 후 한 달 간 완전히 빠져서 폭풍 레벨 업을 했었는데 주위 사람들이 모두 놀랄 정도였다.


어느 순간 모든 생활 패턴이 게임을 중심으로 바뀌었고 잠을 줄여서까지 그것에 몰두한 자신을 발견하고는 갑자기 너무 한심해져서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균형을 잘 잡고 적당히 즐겨도 됐지만 어쨌든 그것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매여있다는 게 싫었다.


그 이후로 아주 가끔 재밌어보이는 게임을 다운받을 때도 있었는데, 역시 며칠 하다가 너무 빠질 것 같아 삭제하곤 했었다.


주로 무언가를 만들거나 키우는 일명 육성 게임을 좋아하곤 했는데, 현질(돈을 지불해서 레벨업에 유리한 아이템이나 게임머니를 사는 것)을 하지 않고 레벨을 올리기 위해선 시간을 투자하는 수밖에 없었다. 시간을 들일수록 풍성해지는 공간을 보고 있으면 더 욕심이 나서 어느새 나도 모르게 집착을 하게 됐던 것 같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거나 현실을 잠시 잊고 싶을 때 더 중독되는 느낌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 속 캐릭터를 자신과 동일시해서 현실에서 충족되지 못한 욕망을 실현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현실과 달리 시간만 꾸준히 투자하면 쉽게 등급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션에 성공하면 레벨업과 돈이라는 보상이 주어진다. 일정한 돈을 모았을 때만 레벨업이 가능한 경우도 많다. 사람들은 돈과 등급을 얻었을 때의 성취감을 위해 게임에 몰입한다.




사실 작은 화면 속 게임의 세상은 현실과 매우 닮아있다.

두 세상 모두에서 사람들은 노동으로 '돈'과 '등급'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한다. 타인보다 많이 가졌다는 성취감 및 우월감을 위해서다.


현실이 게임과 다른 점은 그 '노동'이 대부분 게임보다 '더 힘들고 복잡한 작업' 이라는 것과 단순한 몰입만을 안겨주는 게임에 비해 '일(행위) 자체가 주는 의미있는 성취감과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의미'라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노동'의 근본적 가치는 바로 '나'를 비롯한 '우리'를 위한 것일 때 있다. 물론 많은 게임들은 이를 놓치지 않는다. 개인적 즐거움와 함께 협동 작업의 이득도 챙겨준다. 팀 플레이의 재미나 서로 미션을 도와주었을 때의 보상 등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 안에 진짜 '인간적 가치'가 존재하는가? 과연 사람과 사람 사이의 내밀한 소통(지적, 심리적, 육체적)의 아름다움이 있는가?


게임을 열심히 하고 레벨업을 하고도 이유없이 허무함을 느낀다면 그 행동에 '인간적 가치'가 배제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 영화, 만화 등 많은 매체를 통해 우리는 '삶의 의미'를 느낀다. 물론 삶의 모든 부분을 중대한 의미를 찾기 위해 살 순 없다. 그러나 온 신경을 몰두해서 시간의 대부분을 쓰는 활동에 이것이 없다면 우리의 삶이 여타 동물과 다를 게 무엇인가.



'게임'은 분명 인간의 삶을 재현한다. 그러나 그것은 대부분 굉장히 말초적인 신경을 자극하는 데 국한된다. 자기도 모르게 게임에 빠져들 수밖에 없이 만들어야만 더 많은 아이템을 팔아 더 많은 수익을 남길 수 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중독'될 수 있도록 하는 게 게임 제작의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의 소중한 시간과 돈을 투자하게 만드는 게임이 단순한 재미만을 지향하는 건 문제가 있다.



게임 제작자는 게임이 지닌 파급력을 고려하여 단순한 상품이 아닌 인간적 가치를 위한 '문화'를 만들어낸다는 생각으로 게임을 제작해야 할 것이다.



또 우리는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 게임에 열중하듯이 현실을 열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각자 나름대로의 의미 있는 퀘스트를 스스로 찾고 이뤄내어 정신적 보상과 성취감, 그리고 인간적 가치들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오로지 돈과 레벌업만 쫓는 게임 속 캐릭터처럼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을 냉정히 바라봐야 할 것이다.



수많은 컨텐츠와 재미가 널려 있는 이 시대에 그것을 적당히 즐기되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 살아갈 수 있는 지혜가 우리에겐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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