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오 Sep 29. 2017

산다는 게 어쩌면

별 게 아닌 걸수도 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잠시 쉬는 동안 내게 가장 큰 위로가 되었던 게  '클라이밍'이었다. 나름 꾸준히 암장에 다닌 지 이제 곧 일년이 된다.


지치고 힘들 때, 혹은 무기력해질 때 좀 귀찮더라도 운동을 하고 나면 어느새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다. 사실 살아오면서 세 달 넘게 꾸준히 한 운동이 없었는데 이제 평생 운동을 찾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이었나.. 일을 쉬고 있으니 낮에 여유가 있어 영어 회화 학원을 다닌 적이 있다. 한번은 자신의 꿈이나 목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때 나는 공부도 더 하고 대학원도 진학해서 미술 교육에 대해 더 연구하고 싶다는 둥 나름 현재의 계획에 대해 말했었다. 한 명씩 돌아가며 이야기를 하는데 어떤 한 아주머니 말씀이 나에겐 너무 충격적이었다.



요즘 기타를 배우고 있는데
아직 서툴지만 정말 재밌더라구요.

언젠가 곡 하나를 멋지게 연주하고 싶어요. 그게 제 꿈이에요.



세상에. 꿈이라고 표현하기엔 너무 소소한 게 아닌가. 사람마다 생각이 정말 다르구나... 당시에는 그 분이 참 소박한 사람이고 뭐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머리로만 이해했던 것 같다.



지금의 나는 그 때의 아주머니와 비슷한 것 같다. 몸도 마음도 지쳐있을 때, 또 인생이 내 맘대로만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절실히 느끼고 있을 때, 일도 인간 관계도 다 내려놓고 나니 삶이 단순해졌었다. 다시 일을 시작하더라도 또 시련이 오더라도 어찌되었건 운동만은 꾸준히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운동을 하는 시간만큼은 잡다한 생각에서 벗어나 오로지 홀드를 하나 하나 잡아가며 다음, 또 그 다음으로 넘어가는 일만 생각하면 되기 때문이다. 힘든 루트를 갈수록 땀이 더 쏟아지고 몸에 힘이 더 실린다. 완등을 해도 좋고 못해도 좋다. 그냥 어떤 목표나 이유 없이도 그 행위 자체가 즐거우면 그만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하루를 살아내고 매일은 못하더라도 그 하루의 마지막을 운동으로 마무리 짓고, 집에 오는 길에 배가 고프면 뭐라도 간단히 먹고 또 가끔 즐겨 가는 오락실도 한 번 들렀다가...



번화가인 집 근처 사거리를 지날 때면 수많은 사람들을 보게 된다. 술이 좀 취했는지 무리지어 하하호호 지나가는 직장인들, 줄지어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앳되어 보이는 학생들...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즐거운 얼굴로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



산다는 게 어쩌면 별 게 아닌 걸수도 있다.

오늘 하루 어딘가에 기대어
외로움도 슬픔도 다 잊어버리고
즐거워하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것.



언제라도 꾸준히 기댈 수 있는, 진짜 오롯이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퀘스트와 보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