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13~17일, 여행 357~361일 차, 에콰도르 아마존
내가 에콰도르에 와야 했던 이유가 적도 때문이었다면, 우군이 에콰도르에 와야 했던 이유는 사실 아마존 투어였다. 남미 북부와 중부에 길게 자리 잡은 아마존은 주로 에콰도르, 볼리비아, 브라질 등에 걸쳐서 있는 곳이다. 이미 브라질도, 볼리비아도 다녀온 우꾼이었지만 시간상의 문제로 어느 곳에서도 아마존을 가지 못했다고. 비용적으로도 제일 저렴하고 일정도 맞는 에콰도르에서 나와 함께 아마존에 가게 되었다. 아마 우꾼이랑 이렇게 같이 아마존에 가게 된 것도 다 예정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키토에서 늦은 밤 버스를 타고 출발 장소이자 정글지대가 시작되는 라고 아그리오 (Lago Agrio)로 이동하는 것이 아마존 일정의 첫 시작이었다.
라고 아그리오에서 간단한 아침을 먹은 뒤 집결 장소인 한 호텔로 이동했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각 숙소에서 여행자들을 픽업하러 온다. 아프리카 사파리 투어가 여행사에서 가이드를 직접 고용해 사파리를 진행하는 방식인 반면, 아마존 투어의 경우 정글 지역 내부의 숙소(Lodge)에서 직접 가이드와 시설을 관리하며 모객 된 여행자들을 인솔하여 이동하는 방식. 나와 우꾼은 자신을 William이라 소개한 가이드와 4일 동안 지내게 되었다.
우리가 들어가게 될 아마존 지역은 쿠야베노(Cuyabeno) 국립공원 지구였다. 아마존 지역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남미에 길게 발달된 '아마존 강'을 중심으로 발달한 열대 우림 지역이다. 강을 주변으로 엄청난 숲(?)이 발달해 있으며, 열대 우림답게 비가 밥먹듯이 오는 것은 물론이요, 기본적으로 습도가 굉장한 지역이다. 식물들이 많아 해가 작렬하는 걸 마주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해가 오르기 시작하면 찜통에 있는 듯한 느낌...
사방이 초록색 정글인 이 곳에서 육로로 어떤 목표지점까지 이동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후 탓에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그 정글 숲을 헤치면서 가는 것은 방위를 알기가 너무 어려워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이동 수단도 독특하다. 사파리의 이동수단이 4륜 지프 차량이었다면, 아마존 투어는 모터보트이다. 아마존 강을 끼고 발달한 정글지역인 만큼 보트를 타고 이동하는데, 덕분에 습도를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쾌적하다!
투어이고 자연환경을 보는 비슷한 공통점을 가지는 것 같지만 완전히 다른 두 투어이다.
첫 째날의 주된 활동은 단순히 숙소 이동이다. 쿠야베노 국립공원 입구에서부터 숙소가 있는 지점까지는 보트로 약 2시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이동하면서 볼 수 있는 동물들을 찾는다. 자주 볼 수 있는 동물들은 원숭이와 새이다.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꼬리가, 무늬가 조금씩 다른 원숭이들이 정말 많이 존재하며 새들도 수십수백 종이 있기 때문에 가이드가 '저기 무엇인가 나타났다'라고 말하면 같은 종이 발견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수많은 동물을 보는 경우가 허다했고 각각이 어떤 종인지 다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하게 보는데, 내 눈을 가장 사로잡았던 모습은 거북이와 나비가 함께 노니는 모습이었다.
무채색의 거북이와 화려한 색의 나비가 함께 노는 모습. 아마존이라는 공간도 사실 굉장히 위험한 곳이며 서로 다른 수많은 종의 동물과 식물, 곤충이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공존의 형태를 보는 것이 흔하지 않을 텐데 그 광경은 마치 전쟁터에서 뛰어노는 아이와 같았달까. 물론 속사정은 아무도 모르겠지만.
또 하나 기억 남는 것은 전 세게에서 두 번째로 작다는 원숭이를 보았을 때였다. 으레 그렇듯 가이드가 '무엇인가 나타났다'라고 말하면 대번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집중하고 보면 약간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하고, 망원경이나 사진기를 통해 자세히 볼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다는 원숭이가 나타났을 때에는 가이드를 제외하고 그 누구도 실루엣이나 약간의 형상마저 볼 수 없었다. 어떻게 찾는지 참. 참고로 원숭이의 길이는 약 10cm라고... 정말이지 아마존에는 참 다양하고 신기한 동물들이 가득하다.
아마존에 있는 3일 (떠나는 날을 포함 4일) 동안 오후 일정은 항상 낮잠(씨에스타, Ciesta) 시간이었다. 누가 스페인 식민지배받았던 나라 아니라고, 점심식사 이후 매일 2~5시까지는 항상 낮잠 시간을 가진다. 물론 단순히 그 이유뿐만은 아니다 습도도 높고 온도도 만만치 않은 열대 우림지역인 이 곳에서 가장 더운 그 시간에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보통 이 시간이 되면 차 한잔을 마시고 해먹에 가서 누워서 잠을 자거나 책을 읽었다. 하지만 나에겐 처음에는 이 시간이 잘 적응이 안되었다. 그런데 해먹(그네 침대)에 누워보니 그 편안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적응된 이후에는 나도 누워서 태블릿에 넣어왔던 책을 본다던가 영상을 보거나 낮잠을 자곤 했다. 습도가 높아서 불편할 것 같아도 해먹에 누운 뒤 해먹을 한 번 살짝 흔들면 선풍기 튼 것처럼 바람이 솔솔 들어와 너무 편안했다. 집에 해먹을 하나 장만하고 싶을 정도였다. 아마존의 생활은 그렇게 여유 있게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