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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택 Sep 24. 2017

157. 아마존 탐험기 2

2017년 9월 13~17일, 여행 357~361일 차, 에콰도르 아마존

아마존 낮 일정은 대체로 배 타는 것과 정글 탐사가 대부분이다. 힘든 일과 후 낮잠(시에스타) 시간을 갖고 나서 저녁을 먹기 전에 저녁 일정을 나간다. 저녁 일정은 항상 5시경에 시작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존의 일몰을 항상 보게 되며 이후에 밤의 모습을 보게 된다. 낮과 전혀 다른 아마존의 풍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아마존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

아마존에서 지내는 동안 가장 좋을 때가 언제냐고 누가 나에게 묻는다면, 무조건 일몰시간을 꼽을 것 같다. 에콰도르의 위도가 적도 근방이기 때문에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 늘 일정하다. 6시에 해가 뜨고 6시에 해가 지는, 낮과 밤이 동일한 공간. 늘 배를 타고 가다가 동일한 포인트(약간의 차이는 있지만)에서 일몰을 보게 된다. 

여행을 하다 보면 수많은 일몰과 일출을 본다. 그만큼 일몰과 일몰에 식상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중/남미 여행이 대체로 밤 활동이 제한되다 보니 일출/몰을 보는 것이 어렵다. 한동안 식상할만한 일몰과 일출을 보지 못해서였는지, 아님 무언가 특별함이 있는지는 몰라도, 아마존을 가장 아름답게 만드는 순간이라고 할 만했다.


아마존의 밤 - 낮과 다른 얼굴의 아마존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오면 배를 타고 보트 투어를 하거나 야간 탐사를 떠난다. 6시면 해가 져버리고 순식간에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기 때문에 어둠은 순식간에 찾아온다. 또한 낮에 보이던 동물들은 대부분 사라진다. 동전의 한쪽 면이 다르듯, 아마존이 보여주는 밤 모습은 낮과는 확연히 다르다. 기온은 내려가지만 습도는 왠지 모르게 더 올라가며, 시야가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손전등이 없이는 탐사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 보다 다른 것은 생태 환경 자체가 바뀌는 듯한 느낌을 주는 모습이다.

여기에 숨어있는 생명체를 찾으시오 (3점)
나무껍질인 줄 알았는데 만졌으면 큰 화를 부를 뻔했다.

일부 새소리가 들리지만 밤의 아마존을 지배하는 것은 곤충이나 양서류, 파충류인 것이다. 예능프로그램에서 볼 법한 곤충들이 튀어나오고, 의식하지 못하다가 빛을 비추면 나타나는 거미나 큰 곤충들에 몇 번씩을 화들짝 놀라게 된다. 벌레를 정말 싫어하는 나로서는 밤 탐사는 그렇게 유쾌하지는 않았다. 실수로라도 나무를 만졌다면 송충이들과 단체로 하이파이브하는 격이었을 테니.


아마존의 삶 - 어떻게 지킬 것인가

마지막 날에는 아마존 원주민 마을에 찾아가 보는 시간이었다. 아마존 강 북부 상류인 쿠야베노 지역에는 5개의 마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 문명을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관광객들에게 과거 삶의 모습을 개방한 부족인 시오나(Siona) 부족을 방문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방문 후 첫 번째 활동은 과거 아마존 지역 부족들이 주식으로 먹었다는 '유카 빵'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구황작물의 일종인 유카(Yuka), 우리나라에는 카사바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데 감자보다 조금 더 퍽퍽한 식감을 가진 식물이다. 투어에 참가한 나를 비롯한 외국인들과 시오나 주민 그리고 가이드와 함께 유카 빵을 직접 만들었다. 유카를 강판을 이용해 곱게 간 뒤,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다. 물기가 사라진 유카를 무쇠판 위에 고르게 펴 구워내면 완성. 식감은 누룽지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제빵기술이 딱히 없었던 시절 저런 걸 어떻게 고안해서 만들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가장 많이 들었다. 지금이야 우리가 무의식 적으로 "감자를 갈아서 뭔가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미 그렇게 만든걸 많이 보아왔고 익숙하게 노출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것이 전혀 없던 처음은 방법을 생각해낸 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게다가 유카 빵에 곁들여 먹으라고 정체불명의 소스(?)를 하나 주었는데 마치 된장에 고춧가루를 섞은 맛! 고추를 말려 갈아 낸 뒤 유카에서 짜낸 물을 섞어 만든다고. 묘하게 고추장이 생각나는 맛이었다! 놀라운 아마존 원주민들의 생활상을 볼 수 있었다.

이어서 원주민 마을의 이장인 샤먼을 만나는 시간이었다. 과거 고대 문명들이나 고대 국가들을 보면 제정일치 사회 었다. 아마존의 원주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샤먼은 마을의 정치적인 지도자이자 병이나 천재지변을 다스리기 위한 제사장이기도 했다. 샤먼은 누구나 될 수 있지만 특별한 준비와 공부가 필요하다고 한다. 정치적인 수업부터 식물과 동물들을 구별하는 방법들을 배운다고. 긴 독침 다트를 쏘는 것도 연습한다고. 길이가 사람 키보다 큰데 곧잘 맞추곤 한다. 지원자 중 한 명에게 건강해지는 주술을 시전해 주었는데 조금 조용한 굿판 같달까. 지금에 있어서는 원시 종교가 무색하기 때문에 정치적인 영향력만 행사한다고 한다. 아마존 지역의 개발이나 원조가 왔을 때 받을지 말지를 결정한다던가, 국가와 협력하여 원주민 마을의 보존과 발전을 위해 일한다고. 


이 일정을 끝으로 우리는 아마존을 떠났다. 아마존에 들어가기 전, 한 친구와 아마존의 개발과 보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존을 굉장히 지켜야 하고, 그들의 삶도 지켜주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사람은 늘 더 나은 삶의 방향으로 변화하려고 노력해 왔다. 문명의 변화도 그에 맞추어 변화해 왔는데, 이 발전을 받아들이지 않고 지키기만 하는 게 그 공동체에 정말 득이 되는지가 의문이기 때문이다. 변화는 이제 받아들여야 한다. 변화 속에서 전통과 공공재인 자연을 어떻게 지켜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야지, 단순히 변화를 반대하는 것은 흐르는 물을 거스르려는 것 같달까. 그리고 사실 이미 아마존은 변화하고 있다. 변화를 거부한 소수 부족들은 아마존의 더 깊은 곳으로 숨어버렸고, 변화를 받아들인 부족과 함께 아마존의 변화가 시작된 것이니까.

 아마존을 떠나는 길, 그 웅장한 아마존을 보면서 어떻게 지켜야 될지 생각을 해보다 이내 말았다. 내 일도 아니고, 내가 생각한다고 될 것도 아니고. 하지만 확실한 건 여러 사람들이 만족할만한 보존과 변화가 있길 기대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 엄청난 광경을 나뿐 아니라 여러 사람이 오랫동안 봐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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