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같이 일하던 동료 언니가 피자집을 운영한다. 온종일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언니에게 연락을 했다. 가게에 잠깐 가도 되냐고 물었는데 언니가 반가워하며 너무 좋아했다. 날씨가 추워서 옷을 두둑이 입고 피자집으로 향했다.
왠지 오후 3시쯤에는 주문이 몰리지 않을 것 같아 그시간에 맞춰서 가게로 갔다. 피자집을 운영한 지 1년이 좀 지났는데 직접 간 건 처음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언니는 꾸미는 걸 엄청 좋아했는데, 요식업을 하니 네일아트도 하지 않고 화장도 연해졌다. 연약해 보였는데 혼자서 주문을 받으며 피자를 만드는 모습이 신기할 뿐이다. 아르바이트생이 자주 그만둬서 쉬는 날도 거의 없다고 한다.
1년 만에 만난 우리는 그동안의 서로의 근황을 업데이트했다. 내가 일을 그만둔 이야기, 언니가 가게를 하면서 겪었던 고비들..
한 번은 알바생의 실수로 피자에 이물질이 들어간 채로 배달이 되었다고 한다. 엄청난 실수였다. 손님이 크게 항의를 했고, 배달앱 리뷰에 사진도 찍어 올렸다고 한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언니는 수없이 사과를 했지만 손님의 화를 가라앉히지는 못했다. 손님이 올린 리뷰를 보는 순간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한다.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아 한동안 너무 힘들었다고. 매일매일 안 좋은 생각만 하고 우울해했다고. 그런데, 그때 남편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여보, 이 가게가 인생의 다가 아니야."
언니는 가게가 망할 것만 같고, 앞서 많은 걱정들을 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손님이 얼마 안 가 리뷰를 지우셨고 우려하던 일들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나름 살면서 힘든 일을 겪어봤다고 생각했는데, 가게를 운영하며 자신이 온실 속의 화초였던 것을 느낀다고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어떠한 경우도 헛된 일은 없다고. 훗날 가게가 잘 안돼서 그만두게 되어도 그것도 인생에서 의미 있는 일이니 말이다.
그리고 어떤 일이든 일어나기 전엔 두려움과 걱정이 많지만, 일단 결단을 내리고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이 되면 어떻게든 하게 된다고 했다. 사람이란 게 그런가 보다.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해서든 극복하고 해내게 된다. 그러다 보면 한 고비 넘어가고, 또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지나고 보면 미리 걱정했던 일들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는데, 그땐 왜 그렇게 사서 걱정을 했을까.
사실 지난주에 준비하던 시험 하나를 끝내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질 않았다. 왜 그런가 했는데 결국 내가 스스로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지원한 회사들에 다 떨어지면 어쩌지.'
'새로 들어간 회사가 별로 안 좋은 곳이면 어쩌지.'
'아기는 언제 가져야 하지.'
'이도 저도 안되면 어쩌지..'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앞서 걱정하고 있었다. 세상은 내가 계획하는 대로 잘 되지는 않지만, 걱정하는 대로도 되지 않는다. 그러니 그럴 시간에 미래를 위해서 더 노력하는 편이 훨씬 생산적이다. 언니를 만나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걱정하는 일들은 대부분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고, 혹여 걱정하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나는 어떻게 해서든 잘 극복해나갈거다. 그러니 미리 걱정하지 말고 현재를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