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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송 Dec 04. 2019

무언가를 결심하는 일

내가 원하는



마음은 알고 있었다


퇴사한 지 두 달이 되었다. 그동안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사람들도 만나고 공부도 하며 지냈다. 동시에 회사도 몇 군데 지원했다.


그런데 만나는 사람들마다 나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000 시험 준비해보는 것은 어때?"


사실, 두 달 쉬면서 해온 공부들도 다 그 시험과 연관되는 것들이었다. 진지하게 준비해볼까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외면했다. 오랜 기간 불확실함과 싸우면서 공부할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냥 적당한 곳에 취업하고 싶었다. 되도록 빨리.


하지만 몇몇 회사들에 지원하면서 마음이 긴가민가 했다. 바로 취업이 됐으면 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시험에 도전해보고 싶기도 했다. 확고한 선택을 하지 못하는 나에게 답답함을 느꼈다. 그래서 얼마 전 마지막으로 지원한 회사에까지 떨어지면 그냥 시험 준비를 해보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발표가 났다.


떨.어.졌.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다 마침내 마음을 먹었다. 도전해보기로.


어떤 일이든 마음먹는 데까지가 힘들다. 어떻게 또다시 공부를 하지 싶지만 이제 설렁설렁 하고싶은 거 하면서, 놀면서 하면 안 된다.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에 매진해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막막하면서도 설렌다. 사실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 아니면 이렇게 공부해볼 시간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냥 취업 준비만 하는 것도 불확실한 건 마찬가지였으니, 차라리 이 길이 더 확실한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힘든 길로 또 가게 되었다. 올해는 힘든 길로 가는 선택의 해인가. 평생 안정적인 것만 추구하던 내가,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언제 붙을지 모르는 시험을 준비하기로 하다니.


그런데 왠지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 어쩌다 지나온 것 같아도 지난 모든 선택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 선택들에 내가 책임질 수 있으면 된 거다. 오늘의 선택의 결과가 훗날 나에게 어떻게 돌아올지 모르겠지만 불안감에 겁먹어 외면하기보다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그래, 아직 젊다.



나에게 중요한 것들


얼마 전 탁상용 작은 화이트보드를 샀다. 중요한 일정들을 적어놓았다. 그리고 그 옆에는 다음 직장을 선택할 때 나름의 중요한 조건들을 하나씩 적어나갔다. 두 달 동안 나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신중하게 하나씩 적어간 것이, 현재까지 4가지가 되었다.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 쓴 것이었다. 최근까지 회사를 지원할 때에도 이 조건에 부합하는지 먼저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번 시험 준비를 택함에 있어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직장'이 나에게 가지는 의미,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맞았던 것이다.


어렵게 한 결정이니 만큼, 열심히 노력할 수 있을 만한 것이어야 하고, 힘들 때에도 의미부여를 할 수 있는 공부여야 한다. 그래야 내가 버티고 노력할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누군가를 만나 연애를 하고 헤어지는 것처럼, 직장에 들어가고 나오는 것도 나에겐 많은 감정이 소모되는 일이었으니. 새로운 나의 인연을 잘 만나기 위해, 나는 오늘 또 이렇게 큰 선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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