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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송 Dec 13. 2019

삼십 대, 꿈에 관한 이야기

현실과 꿈 사이

 

            

삼십 대의 꿈 이야기     


대학교를 졸업하고 한 공공기관에서 인턴을 하게 되었다. 인턴 인원은 총 30명이었다. 다양한 전공자들이 많았다. 대학생 때는 주변 사람들이 대부분 나와 같은 공대생들이었는데, 인턴 동기들은 80% 이상이 다른 전공자들이었다. 법학, 영문학, 경영학, 경제학, 언론정보학, 문헌정보학 등 다양한 전공을 가진 동기들 덕분에 대화를 하면서 견문이 넓어졌다.


당시 모두 20대 중후반의 나이로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 인턴직은 채용 전환형 인턴이 아니었기에 딱히 서로가 경쟁자도 아니었다. 우리는 서로를 위해 진심으로 응원을 했다. 인턴이 끝나고 대부분 취직을 하였고,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유학을 떠나는 친구도 있었다. 각기 다른 전공만큼이나 나아가는 분야도 달랐다.   

  

그로부터 7년이 흘렀다. 오랜만에 동기들 중 몇 명을 만났다. 이제는 20대가 없으며, 반 정도는 결혼을 했다. 같은 곳에서 일을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각기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서른이 넘은 우리는, 만나서 꿈 이야기를 한다. 대기업, 공기업이라는 취업만이 목표였던 20대 때의 꿈 이야기와는 사뭇 다르다.  

   

한 사람은 훗날 플로워 숍을, 한 사람은 실내 골프장을 차리고 싶다고 한다. 한 사람은 좀 더 공부해서 요가와 건강을 다루는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하고, 한 사람은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이런 이야기들이 더 이상 허황된 꿈으로 안 보인다는 것이다. 

      

플로워 숍을 차리고 싶어 하는 언니는, 회사생활과 대학원 생활을 같이 하면서도 몇 년 동안 주말에 플로리스트 클래스를 다녔다.

요가 전문가가 되고 싶어 하는 친구는, 인도를 여러 번 다녀왔다. 인도에서 요가 자격증을 따고 돌아와 인도어도 꾸준히 배우고 있다.

실내 골프장을 차리고 싶어 하는 오빠는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며 최대한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재테크에 힘쓰고 있다. 

작가가 되고 싶은 나는, 보이지 않지만 꾸준하게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다들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과 노력이 있었다. 물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어쩌면 어느 순간 또다시 꿈이 바뀔 수 있고, 노선이 변경될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다들 언젠가 이루어질 무언가를 위해 현실에 충실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하나씩 이루는 시기 


20대 때는 항상 불안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이게 맞을까?' 싶었고, 목표를 설정해 시험이나 취업을 준비하면서도 '과연 될 수 있을까?' 싶었다. 늘 불확실함과 싸워가며 경로를 정했다. 도전하고 실패하고 도전하고 실패하고의 연속이었다. 나뿐 아니라, 친구들도 그랬다. 대학원을 가기도 하고, 취업을 했다가 퇴사를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다들 치열하게 고민하고 다양한 시행착오를 경험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 30대의 나이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신기하게도 하나둘씩 불확실해 보이던 미래에 조금씩 닿아있었다. 몇 년 간 열심히 공부해서 통역사, 노무사가 된 친구도 있고, 다니던 직장을 나와 뒤늦게 PD가 된 언니도 있다.(이들이 여러 길을 돌고 돌아, 지금의 직업을 갖기까지 최소 5년 이상이 걸렸다) 물론 무언가가 되었다고 해서 끝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20대에 치열하게 노력했던 것에 대한 조금의 성취는 이루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은 앞으로도 쉬지 않고 자신들이 이루고자 하는 삶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이제 보이기 시작한다. 꾸준한 노력이 겹겹이 쌓이고 쌓여 어느 순간 일정 궤도에 올라가는 모습이. 그 당시에는 지금 내가 삽질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꿈과 삶의 방향을 찾기 위해 많이 실패하고 경험해보는 것이 20대로서 해야 할 일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그토록 불안하던 20대의 우리는 잘못 살고 있는 게 아니었다고.



지금, 우리는 안다

     

30대의 우리는 하루하루 현실을 살며 꿈을 그린다. 20대에는 돈이 없었지만, 이제는 돈의 맛도 조금은 알아버렸다. 지금 우리가 꾸는 꿈은 더 현실적이다. 그 꿈 안에는 자아실현도 있고, 이루고 싶은 가정도 있다. 예전보다 다양한 행복들이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다. 가진 것을 버리고 꿈 만을 위해 뛰어들 만큼 용기도 없고 순수한 마음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져 버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을 챙겨가며 꿈을 향해 나아가는 발걸음에는 왠지 모를 강인한 힘이 느껴진다.




cover photo by 양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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