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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송 Mar 17. 2022

너무 원하면 이뤄지지 않는다

그것만 보지 않기


무언가를 간절하게 원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백수일 때 취업이 그랬고, 서른 즈음엔 결혼이 그랬다. 그런데 그렇게 간절히 원할 때, 내가 원하는 것은 쉽게 오지 않았다. 매일 그것을 기다리고 또 노력했지만, 긴 시간 실망과 헛헛함만 돌아왔다. 


회사에 지원하면 결과 문자가 오는 날만을 기다렸고, 소개팅이 잡히면 운명의 상대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기대를 안 하고 싶은데 그조차 맘처럼 쉽지 않았다. 기대와 실망의 연속이던 시절.



나는 요즘 또 무언가를 원한다


결혼한 지 4년이 되었다. 그동안은 생각하지 않았던 우리 부부가, 아기를 원한다. 주변에서 언제 가질 거냐 정말 많이도 물어보았는데, 우리에겐 먼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자연스럽게 원하는 순간이 왔다.


그런데 작정하고 준비를 하니, 쉽게 되질 않는다. 요즘 난임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역시 쉬운 게 아닌가 보다. 문제는 내가 또 원하는 것에 온 신경을 쏟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되면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정신 건강이 안 좋아진다. 원하는 결과가 빨리 안 찾아오니 조급해지고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다른 일에 집중도 안되고 일단 재미가 없어진다. 


그렇게 마인드 컨트롤에 실패 해갈 때쯤, 예상치 못한 큰 이벤트가 닥쳤다. 코로나 확진이다. (이 중요한 시기에)



그 밖의 것을 생각한다


꽤 아팠다. 감기처럼 가볍게 지나가는 케이스는 아닌가 보다. 이틀은 오한에, 근육통에, 식은땀에, 계속 누워있었다. 그리고 삼일 째에 좀 나아지니, 문득 감사함이 든다. 하고 싶은 소소한 것들도 떠오른다.


밖에 나가 걸어 다니고 싶다. 창밖으로 전해오는 봄날의 기운을 만끽하고 싶다.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캠핑을 가고 싶다. 사진을 찍고 싶다. 드라이브하고 싶다. 요즘 사실 회사 일에 의욕이 없었는데, 출근이 하고 싶다. 아이스라테 한잔 들고 일하러 가고 싶다.


아기도 갖고 싶은데, 뭐 보다시피 이번 달도 틀렸다. 어차피 원한다고 바로 되는 것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두기로 했다. 너무 목매지 않기로 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즐길 수 있는 일들에 더 신경 써야지. 사람일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원하는 대로 일이 잘 안 풀리면 불행한 것 같지만,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이다. 우리 인생, 즐기며 살기에도 짧다. 


아기가 생기면 분명 여유가 없어질 테니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당장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졌다. 생각지 못한 격리생활을 하게 되니, 당연하던 것들이 당연한 게 아님을 느낀다. 특히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에 가고, 원하는 것을 하는 일. 이게 엄청난 축복이었음을.



할 수 있을 때 즐기자


대학생 때, 다이어리에 적었던 문구가 있다.

빛나는 지금 
좋은 것 많이 보고, 좋은 것 많이 듣고, 좋은 사람 많이 만나자.

아마 1학년 방학 때쯤인 것 같다. 빛나는 시기인 줄은 알고 있었나? 하하. 여하튼 그 꿈같은 스무 살 방학 때 약속이 하나도 없던 주가 있었다. 심심하기도 했지만, 집에서 보고 싶은 영상과 음악을 많이 들은 시기였다. 넷플릭스는커녕 TV도 부모님 방에 있던 시절이라, 모든 걸 컴퓨터로 해결했다. 보고 싶은 미드와 영화, 인터뷰 영상들을 하루 종일 보았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 받으며 음악을 들었다.


이상하게도 갑자기 찾아온 이 격리기간이 그때를 떠올리게 한다. 하루 종일 영상을 가장 많이 본다. 음악도 많이 듣는다. 순수하게 내가 보고 싶고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서 하고 있다.


너무 한 가지만을 간절히 원해서 옹졸해졌던 마음을, 다른 것들로 서서히 채우고 있다. 집착을 버리니, 단순한 것에도 행복해진다. 그래 지금 이대로도, 나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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