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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철 Aug 20. 2019

우리 모두의 본성을 이해하기 위한 지침서

인간 본성의 법칙(로버트 그린 지음/이지연 옮김_위즈덤하우스)

인간 본성의 법칙(로버트 그린 지음/이지연 옮김_위즈덤하우스)



인간의 본성을 책 한 권으로 모두 설명할 수 있을까?


스피노자는 인간의 감정을 48가지로 나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이니 감정을 책 한 권 내지는 몇몇 가지로 분류해서 설명한다는 것 자체는 무리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인간이 가지고 있는 나눌 수 없는 본성을 큰 부류로 나누어 보고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 있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그건 인간에게 분명히 존재하지만 구체적으로 인식하기 어려웠던 본성에 좀 더 수월하게 접근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건 인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 본다.


그런 점에서 인간의 본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사색할 수 있는 책을 만났다.

로버트 그린이 쓴 '인간 본성의 법칙(위즈덤하우스)'가 바로 그 책이다.

907 페이지에 달하는 '인간 본성의 법칙'은 총 18개 장으로 인간의 내면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 본성의 법칙(로버트 그린 지음/이지연 옮김_위즈덤하우스)



책을 펼쳐 읽으면서 인간의 본성을 느낄 수 있는 많은 부분에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거나 무릎을 '탁!' 치게 되었다. 그런 부분들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 '인간 본성의 법칙'의 서문 첫 문장에는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말을 인용하며 시작된다.


'뜻밖에 아주 야비하고 어이없는 일을 당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짜증 내지 마라.

그냥 지식 하나 늘었다고 생각하라.

인간의 성격을 공부해가던 중에 고려해야 할 요소가 새로 하나 나타난 것뿐이다.

우연히 아주 특이한 광물 표본을 손에 넣은 광물학자와 같은 태도를 취하라.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 (p005)


나는 2019년 야비할 것 까진 아니지만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어이없는 일을 경험했다. 그것은 몇 달 동안 내 마음을 무척이나 괴롭게 만들었다. 그 괴로움은 쉽게 가시지 않았고, 내가 그 공간을 완전히 벗어나서 그 사람과 접촉이 완전히 끊어진 다음에야 좀 더 냉철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아직 모른 상태였다.

그런 생각이 계속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그때, 바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비록 쇼펜하우어의 말을 빌어 시작된 첫 장의 글은 내가 겪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려고 애썼다. 그러다 보니 점점 정말 그랬다.

그냥 내 인생에서 경험을 통해 관계에 대한 지식 하나 늘은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고 내 마음을 괴롭혔던 그 일에서 괴로움은 벗어던질 수 있었다.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것.

그것은 책 한 권으로 이해하기엔 너무나 어려운 주제임에 틀림없다.


이 책의 첫 장을 넘기면서 나는 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생각하였다.


바로, 내 경험치를 대입할 수 있는 부분에서 공감하고 생각하여 다시 그 상황을 냉철하게 이해하고 그 안에 담긴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이 900 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읽어 나갈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라 생각했다.


'인간의 내면에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자아가 있다.

'저차원적 자아'와 '고차원적 자아'가 바로 그것이다.

보통은 저차원적 자아의 힘이 더 세다. 저차원적 자아는 감정적 반응을 보이고 방어적 자세를 취하려는 충동을 일으킨다. 나만 옳다고 느끼고 내가 남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즉각적 쾌락과 오락 거리를 찾으며 언제나 저항이 가장 작은 길을 택하게 한다. 남들의 생각을 그대로 채택하고, 집단 속에 나를 상실하게 만든다.

반면 우리가 고차원적 자아의 충동을 느끼는 순간들은 나 자신을 벗어나서 남들과 더 깊이 교감하고 싶을 때, 일에 완전히 몰두하고 싶을 때,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생각'을 하고 싶을 때, 인생에서 나만의 길을 가고 싶을 때, 나만의 개성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싶을 때 등이다.

저차원적 자아는 보다 동물적이고 무의식적인 본성으로 우리는 저차원적 자아에 쉽게 빠져든다.

반면에 고차원적 자아는 인간의 본성 중에서도 정말로 더 인간적인 측면으로 우리가 스스로를 자각하며 사려 깊은 행동을 하게 만든다. 고차원적 충동은 저차원적 충동보다 힘이 약하기 때문에 고차원적 자아와 교감하기 위해서는 노력과 통찰이 필요하다.' (p020)


그렇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 안에 또 다른 자신이 또 하나 더 있다는 것을 느낀다.

어떤 순간에 나와 또 다른 나는 다른 모습으로 충돌한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런 상황에 주로 이기는 것은 어려운 것보다는 쉬운 것을, 편안한 것을 찾는 나이다. 그것이 이 책 '인간 본성의 법칙'에서 말하는 '저차원적 자아'이다.

여기서 말하는 나 자신을 찾고 내 삶을 온전히 나 자신이 만들어 가고자 하는 건 고차원적인 자아가 만드는 것이다.

나도 그런 경우가 많다.

단순하게는 아침잠이 많은 내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 뭔가 나를 위한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고도 결국 잠을 더 자라고 하는 내 안의 또 다른 나, 바로 저차원적인 나에게 늘 지곤 했었다.

고차원적인 나는 책을 읽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저차원적인 또 다른 나는 갖은 핑계를 대서 책 읽기를 미루고 궁극에는 책을 읽기 못한다.

저차원적인 내가 고차원적인 나를 이기는 순간이다.


이처럼 이 책은 첫 장부터 인간의 본성을 꿰뚫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끊임없이 당신의 생각과 의사 결정에 침투하는 감정들을 살펴보는 것이다.

자문하는 연습을 하라.' (p043)


나 자신의 감정과 상대의 감정을 모두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피지기(知彼知己) 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는 말이 있다.

나와 남의 본성을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의 관계는 좀 더 좋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다른 누군가의 감정과 그 밑에 깔려 있는 본성을 알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조차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나 자신의 감정과 본성을 먼저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건 남의 감정과 본성을 알려하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 같다.


우리에겐 '자문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내 감정을 흔드는 여러 가지 요인들에 대해 스스로 깊이 있는 성찰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본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느끼고 아는 것.

바로 그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을 구절 하나를 더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는 살면서 같은 문제,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부정적 패턴을 만들어 내는 것도 경제 거품이 재발하는 것과 똑같은 모양새를 취한다.

내면에 있는 진짜 원인을 들여다보지 않는 한, 경험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기는 쉽지 않다.' (p047)


경험은 삶을 만들어 가는 중요한 요소이다. 여기에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성찰이 더해질 때 우리는 자신을 좀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7년 동안 다녔던 회사를 그만 둔지 3년 반 만에 다시 원래의 위치로 되돌아 갔다.

원래 있어야 했던 자리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필연인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나는 퇴사 후 다시 돌아가기까지 3년 반 동안, 아니 정확하게는 퇴사 후, 2년여 동안 그 회사에서의 7년 시간을 복기해 보았다.

복기의 기준점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잘한 일보다는 내가 부족해서 관계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을 가장 많이 복기하게 되었다.

이제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 전과 다르다.

회사의 모습도 달라졌고, 함께 근무했던 사람들도 있지만 새로운 사람들이 더 많다.

새로운 직원들과도 기존에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과도..

나의 지난 경험과 복기는 이제 다시 시험대 위에 놓이게 된 것이다.

다만 그 복기의 시간이 준 하나의 작은 깨달음은

통제가 아닌 소통이고

내가 아닌 진정한 우리

적어도 이걸 먼저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애써 노력해야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 책, '인간 본성의 법칙'은 900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읽을 수는 없는 듯하다.

하지만, 누군가 이 책을 읽는다면 읽는 독자 자신이 경험했던 것을 대입시키면서 자신의 경험이 묻어 나올 수 있도록 읽어 본다면 어렵지만 뿌듯하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참고로 철학자 강신주 님의 저서 '감정수업'이라는 책을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스피노자의 48가지 감정에 대한 내용을 강신주 저자의 생각을 담아 쓴 '감정수업'은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이 책' 인간 본성의 법칙'은 본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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