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리어리, 아일랜드 근교 여행
최근들어 더블린답지 않게 날씨는 항상 맑음이었다. 바람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한달 전에 비하면 훨 따뜻하게 불어왔다. 오늘도 화창할거라 한껏 기대를 하곤 밖으로 나왔는데 왜인지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껴있었다. 분명 기상예보는 쨍쨍한 해 그림을 나타내고 있는데 말이다. 도착 후엔 맑을 것이라고 초긍정 마인드를 가지고 버스에 올랐다. 일행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창밖도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던리어리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차가운 공기가 확 느껴졌다. 더블린과는 다른 쌀쌀함에 춥다는 말이 절로 입밖으로 나왔다. 자켓의 지퍼를 끝까지 올려보았지만 두껍게 입은 건 아니었기에 여전히 추웠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으니 오늘도 왠지 구름만 실컷 보다가 여행을 마칠 것 같은 생각에 우울함이 밀려왔다. 지금도 충분히 새롭고 예쁜 저 풍경에 맑은 하늘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중얼거리며 마냥 걸을 뿐이었다.
목적지 없이 방황하고 있던 도중, 공원에서 열린 작은 마켓을 발견했다. 공원 안에는 다양한 국가의 음식이나 물건을 파는 천막이 줄지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여유로운 휴식시간을 나름대로 즐기고 있었다. 걸을 때마다 다른 냄새를 풍기는 맛있는 음식들 때문에 나도 모르게 입에 침이 고였지만, 점심을 먹고 온 후라 음식 대신 간단하게 아이스크림을 먹기로 했다.
공원에서 나와 바로 옆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렀다. 여기서 유명하다는 이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추천 받은 소프트콘을 손에 들고 신나서 해안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쌀쌀한 더블린의 날씨 탓에 아이스크림은 항상 다음에 먹자며 미뤘던 음식 중 하나였다. 드디어 아일랜드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어 보았다. 그냥 바닐라 소프트콘이었지만 더 특별한 맛이 느껴지는 듯 했다. 옆에 꽂아 준 작은 초코스틱마저 귀여워보였다.
공원을 다 구경하고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었을 땐, 이미 새파란 하늘이 펼쳐진 후였다. 푸른 하늘, 넓은 바다와 함께 어우러진 던리어리의 풍경을 보며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우와- 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바라볼 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해안의 길을 따라 산책을 하고 있었다. 우리도 저 끝까지 한 번 걸어가보자며 길을 걷기 시작했다. 문득 이런 여유가 때론 좋은 거라고 느껴졌다. 무엇인가를 꼭 보고 즐기기 위한 여행이 아닌, 온전히 나만의 휴식을 가질 수 있는 이 시간이 너무나 행복했다.
여행을 떠날 때마다 항상 100% 충전된 카메라를 들고 나서지만, 내 마음에 쏙 드는 완벽한 사진을 찍어낸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찍고, 확인하고, 또 찍고, 찍는다. 카메라를 들고 사진촬영을 시작한 것이 오래되지 않아 카메라를 다룬다는 것 자체로도 사진촬영은 나에게 가장 어려운 취미생활이다. 카메라에 대해서 지인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은 적이 있지만 아직은 초보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꾸준히 배운대로 연습하다보면 나도 언젠가는 근사한 사진을 찍어내는 여행자가 될 거라고 믿는다. 상상만으로도 멋진데 실제로 이루게 된다면 얼마나 짜릿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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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아서 바라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었다. 던리어리에 펼쳐진 풍경뿐만아니라, 그 곳에 방문한 사람들의 모습마저도 아름다운 곳이었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추억들을 만들었을 테지만, 모두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돌아갔음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의 행복한 표정들은 나까지 행복함에 흠뻑 빠질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Happy-go-luc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