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탁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고 했던가
*추림에 쭈그린 속 타는 알곡
어디 곳간 탓이겠는가
할머니는
혼잣말로 푸념 쏟곤 했었지
콩이며 깨까지 다 거둬들이고도
햇살 따가운 텅 빈 마당을 보면
아이고 햇볕도 아까워라
햇볕도 아까워라
덤벙거리는 부지깽이도 시어미
솎아 내고 골라 내도 성 차지 않아
햇볕도 주워 담던
어미의 손끝 시집스러웠던 시절
볕 곡식 쪼아 무는
참새의 꿈이었나 봅니다
*추림
- 가을철에 여러 날 동안 계속 내리는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