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탁
땅바닥에 넙죽
포갠 두발에 턱주가리 눕히고
주름 든 눈빛에 살랑이는 봄은
나른한 좀도둑
저 것도 갈 때가 되었나
오뉴월 소불알처럼 늘어져 있기는
바깥 주인의 빈정
하루 이틀 일인가
콧등만 간지러운 귀찮은 대꾸
다 살았나 보다
네발의 지탱 무너진 뒤에는
목줄도 대문도 없어지겠지
통통했던 시절
된장 발라지는
복 팔자 피했어도
밤낮으로 짖어 대며
지켜 낸 것
목줄의 길이였다
담 높이의 어둠이었다
한전 바가지 공사차량
까치집 철거 중
벌떡 일어나 짖어 대는
시키지 않은 참견
그것도 집이라고
늙은 개
된장 같은 목청
괜한 봄꽃들만
귀청 떨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