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탁
사월이 지나가며
작년의 거짓말 또 하고 만다
여름여
반 팔 입어야겠어
봄은 떠날 채비 꾸리지도 않았는 데
담 밑의 풀들은 꽃도 지지 않았는 데
아이구 더워
진짜 같은 거짓 위로를 내뱉고
긴 팔 반쯤 걷어 올리고
죄다 뽑아 버리는 풀
날조된 거짓말에
꽃보다 먼저 지는
풀대들이다
사월만 멀뚱 말똥
풀무덤 위에 드러 누어
봄은 또 왔던 흔적도 없이 말라 간다
사월의 거짓말
한여름 같아
경을 치는 풀꽂들
노랗고 하얗게 질리는 *묵형이다
*묵형-봉건시대 도둑에게 가하던 형벌로, 이마나 팔뚝에 먹줄로 죄명을 써넣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