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탁
풀이 서는 것도
이유를 물을까
풀을 베는 굽은 허리
낫처럼 휘어져
허리가 풀을 자르고 있다
풀에도 움큼 잡히는 허리가 있어
풀이 낫에 베이고 있다
손과 날이 잘도 엇갈리며
사월의 풀 투정 쓱싹 잘라 내고
서로 포개질 듯 닮은
허리는 낫이다
낫은 굽은 척추다
청보리만 꼿꼿이 서서
까칠하니 서걱거리는 우쭐
종달새 휘리릭 비웃고 날아 가면
철쭉꽃 지는 산그늘
끊어질 듯한 허리로 감겨 들고
쭈욱 펴졌다 다시 구부러지는
촌로의 허리
낫 놓고 기역자로 꺾여진
이유를 물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