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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선

추억의 이발소

정이란 이름의 기억이 피어오른다

by 김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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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이발소


동네 어귀, 골목 끝에

조용히 숨 쉬던 작은 이발소 하나

유리창 너머로 비친 붉은 회전등

시간마저 잠시 멈춘 듯 고요했지


머리 깎기 싫어 울상을 짓던 아이에게

아버지는 바나나우유 한 병을 내밀며

“끝나면 줄게”

그 말에 억지 웃음 지으며 문을 밀었지


하얀 보자기, 목을 감싸던 부드러운 천

의자 손잡이 위에 놓인 빨래판

작은 키를 보완하던 지혜의 장치

젊은 종업원의 손길은

마치 엄마의 손처럼 따스했지


물소리, 비누향, 가위의 리듬

그 속에서 자라난 나의 어린 날들

지금은 사라진 그 풍경 속에

정이란 이름의 기억이 피어오른다


잊혀 가는 것들 속에서

나는 오늘도 그 이발소를 떠올린다

그곳엔 단정함과 정겨움이

조용히 머물고 있었으니까


* 삼익소월아파트 상가를 지나다 불 꺼진 싸인볼을 보고 문득 드는 생각.


#추억의이발소 #잊혀진풍경 #바나나우유의기억 #골목길정서 #따뜻한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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