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란 이름의 기억이 피어오른다
추억의 이발소
동네 어귀, 골목 끝에
조용히 숨 쉬던 작은 이발소 하나
유리창 너머로 비친 붉은 회전등
시간마저 잠시 멈춘 듯 고요했지
머리 깎기 싫어 울상을 짓던 아이에게
아버지는 바나나우유 한 병을 내밀며
“끝나면 줄게”
그 말에 억지 웃음 지으며 문을 밀었지
하얀 보자기, 목을 감싸던 부드러운 천
의자 손잡이 위에 놓인 빨래판
작은 키를 보완하던 지혜의 장치
젊은 종업원의 손길은
마치 엄마의 손처럼 따스했지
물소리, 비누향, 가위의 리듬
그 속에서 자라난 나의 어린 날들
지금은 사라진 그 풍경 속에
정이란 이름의 기억이 피어오른다
잊혀 가는 것들 속에서
나는 오늘도 그 이발소를 떠올린다
그곳엔 단정함과 정겨움이
조용히 머물고 있었으니까
* 삼익소월아파트 상가를 지나다 불 꺼진 싸인볼을 보고 문득 드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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