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진호 Aug 04. 2016

더부살이

김주탁


부엌이 안채로 들어와
사각 창 가지런히 내고
떡 하니 거실 한편 차지 한 주방
*두벌자식 다용도실까지 딸렸다
레인지 오븐 팬 포트 믹스 싱크
온갖 신식으로 분칠 한 교태
이른 아침 깨소금 냄새 솔솔 풍기면
첩실 본 대청 거실의 근지러운 동거
여타 방들은 스르르 문이 열리며
낯 선 애교 슬며시 받아들였고
첩실이 첩 꼬라지 흘긴다고
쿵 꽝 문 닫고 닫히는 화장실
대문까지 더부살이 둘러붙은 거실만
본정 떠난 분주한 발소리에 
쿵쿵 속 밟혀 시끄러운 심사 문 드러 진다
미닫이 통창 트이는 벽 없는 팔자도 기막힌 데
나 몰라라 햇살로 돌아 앉은 베란다
속 편한 바깥 풍경만 내다보고 있다
웃자란 다육이 곁 눈 질로 힐끗 들여다보는
인기척 비워진 휑한 집구석
초침 소리만 옹알이하고 또 하고 
어쩌다 울리는 전화 송음에 답하는
우체통 잃어 허전한 초인종 헛기침 
외눈박이 대문만 등 돌리며 시끄럽다


*두벌자식-두번째 결혼으로 얻은 자식을 의미하는 북한말,  손자를 달리 이르기도 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