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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taiji Nov 28. 2019

침묵의 질량

곡과 곡 사이의 침묵도 음악의 일부다.


요즘 검정치마 전 앨범을 돌려 들으며 그의 천재적인 음악에 푹 빠져있다.
이전에 들었을 땐 거부감이 상당했는데 역시 모든 건 다 타이밍, 때가 있는 법이다.
이제야 검정치마 음악에 공감을 할 정도로 내가 나이를 먹고 타락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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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 앨범 'Thirsty'의 첫 번째 트랙 '틀린 질문'과 두 번째 트랙 ‘Lester Burnham‘은 마치 한 곡처럼 이어져있다. 잔잔하게 조곤거리는 첫 곡에서 다음 곡으로 넘어가면서 쿵짝쿵짝 흥겨운 롹사운드로 바뀌며 신이 난다.
하지만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데 익숙한 스마트폰 시대에선 첫 곡과 두 번째 곡 사이에 아주 잠깐의 공백이 생겨버린다.
잔잔함에서 점점 흥겨움으로 넘어가는 찰나에 갑자기 뚝하고 음악이 끊긴다.
이 공백은 마치
콘서트 라이브 중에 분위기가 막 달아오르려는데 앰프에 꽂혀있던 잭이 빠져버려 기타 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처럼 김이 샌다.
시간을 들여 정성껏 애무를 한 후 삽입하려던 순간 '아 맞다. 콘돔!' 하고 피임도구를 찾아 헤매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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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스트리밍도 카세트테이프나 LP처럼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순차적으로 들으며 곡 중간의 침묵의 무게까지 포함하는 음원을 내주면 어떨까.
이렇게 된다면 음원 이용료 계산이 좀 더 복잡해지겠지만,
좋아하는 노래의 기타, 드럼, 편집 등이 누구였는지 꼼꼼히 들여다보는 팬들에겐 꼭 수정되었으면 하는 부분이다. ​카세트테이프를 듣던 시절에는 노래가 시작되기 전 몇십 초 동안의 침묵은 뮤지션이 노래하려고 목소리를 가다듬는 것처럼 설렜다.
노래가 시작되기 전 그리고 노래와 노래 사이의 침묵은 모두 음악의 일부이며, 이러한 침묵의 질량은 앨범의 분위기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렇기 때문에 끊김 없이 플레이되는 음원이 듣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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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치마 콘서트 예매가 그렇게 어렵다는데 그의 음악을 라이브 밴드의 소리를 들어보는 한풀이는 언제쯤 실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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