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 중독자인 나는 이번에도 머리카락이 어깨에 닿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단골 미용실을 찾았다. 많이 길었네요. 담당 미용사가 내 머리카락을 만지며 말했다. 평균 세 시간, 새로 태어나기 위한 긴 여정이 시작됐다.
단발머리가 삼각김밥처럼 보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가 가위질을 시작하자마자 내가 물었다. 이런저런 팁을 알려주면서 그는 내 머리를 손님 머리 또는 네 머리라고 하지 않고 우리 머리라고 했다. 말 그대로 우리가 머리를 공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혼자 짊어져야 하는 부담을 어느 정도 나눠 가진 것 같았다. 그의 클라이언트인 나는 마음이 놓였다.
나도 한번 써보고 싶었다. 미래의 클라이언트에게 우리 포스터 또는 우리 웹사이트라고 말하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꽤 믿음직스러웠다.
실험적인 머리를 해보고 싶지 않나요? 내가 다시 물었다. 가끔 그런 친구들이 온다고 했다. 복장부터 남다른 투블럭 탈색 애쉬그레이 피어싱 등 나는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단어들로만 묘사할 수 있는 사람들. 가끔은 재밌지만 계속하고 싶으면 홍대로 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는 직장인들이 주요 고객이고 대중적인 머리를 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모든 미용사가 실험적인 머리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더 이상 단발머리나 긴 생머리를 할 수 없고 투블럭 탈색 삭발 중에 골라야 한다면? 나는 두상이 예쁘니까 차라리 삭발을 하고 단발 가발을 쓰는 것이 나을까? 아니 가발조차도 모두 실험적이라면? 평범한 지금 내 머리를 봐주고 있는 그에게 감사했다.
나는 가끔 실험적인 디자인을 하고 싶다. 디자인 역사에 한 획을 긋고 싶다. 그래서 전 회사 대표와 자주 부딪혔다. 내가 있는 곳은 어디일까. 홍대인가 아닌가.
머리카락이 잘려 나가는 것을 보면서도 어떤 스타일로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두 가지 중에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본인이 하고 싶은 스타일이 있는데 다른 사람 시선을 의식해서 결정하지 못하는 거 같다며, 그 정도는 미용사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나 알아볼 수 있는 정도이고 보통 사람들은 못 알아보니 한 번도 안 해본 스타일을 해보라고 그가 조언했다. 놀란 내 얼굴을 보며 그는 이제 손님들 표정만 봐도 생각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우리 머리는 성공적이었고 나는 그에게 진심으로 감사해하며 미용실을 나섰다. 그의 명함에는 스타일리스트라고 쓰여 있었는데 나에게 그는 좋은 디자이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