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전부터 합법적으로 누워있는 시간을 좋아했다.
법이라는 게 비유에 쓰기는 적절치 않은 느낌이지만,
어쨌거나 '어쩔 수 없이'누워야만 하는 시간을 좋아했다.
가령, 미용실에서 머리를 감기 위해 누워있는 시간이라든가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뜸을 뜨는 시간 동안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눈을 감고, 누워야 했다.
이 시간은 자기 위해 누워서 눈을 감는 시간과는 또 별개의 느낌이다.
자는 시간은 내가 선택을 하지 않던가.
반면 이 잠은 마치 내가 정말 좋아하는 커피를
친구가 잘못 샀다며 나에게 건네주어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걸 마시게 되는 즐거움과 같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시간이 참 없다.
이제는 커피를 잘못 사지 않는다.
그러다 문득 오전에
치과에 가서 의사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을 때,
그 시간을 다시 만났다.
살짝 눕혀진 의자에서 눈을 감고
도구들과 사람들이 빚는 소음과
나지막이 흘러나오는 클래식.
이 합법적인, 정말이지 어쩔 수 없는 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