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올라가려고 아파트 승강기에 탔을 때였다.
위에서 내려온 승강기였지만
할머니 한 분이 내리지 않고 계셨다
승강기 문이 닫혔고
그녀는 어떤 층인가를 누르려는 듯
숫자에 바짝 다가서서 더듬거리며 버튼들을 누르고 있었다
2층, 4층, 11층, 13층..
이 모든 층을 누르고도 그녀는 갈 곳을 찾지 못한 듯했다
할머니 몇 층 가세요?
그제야 내 쪽을 돌아본 그녀의 한 쪽 눈은 거의 감겨있었고,
다른 쪽 눈도 잘 보이지는 않는지,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경로당을 가고 있었다며 내 손을 잡는 그녀.
며느리가 깜빡 잠이 들어 있길래 깨우기가 미안시러워서
혼자 나왔더만 꼭 이래 길을 잃어버리네-
다시 내려와 경로당 앞까지 내 손을 꼬옥 잡고 있던 그녀는
고맙다며,
미안하다며,
이제는 아는 길이라며,
내 손등을 토닥이고 경로당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늙는다는 것은 어쩌면
미안함이 선택이 아니게 된다는 것,
그래도 그녀는
그녀의 온기 어린 배려와
낯선 누군가와의 3분간의 손잡음으로 며느리의 낮잠 30분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