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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베르따 Nov 14. 2024

베네치아 가질 수 없다면 부숴버릴 거야

할리우드는 베네치아를 정말 좋아한다

내가 베네치아 한가운데 살던 2018년 어느 날 집 앞 산타 마리아 포르모사 광장에 나가니 이런 풍경이 펼쳐졌다. 

저 돌들은 가짜입니다.

바닥에는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건물의 잔해들과 뜯긴 파라솔, 간이 테이블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처음엔 종종 있는 미친 관광객(물론 백인 남성들일 확률이 높다) 무리들이 술 먹고 객기로 이렇게 해 놓았나 의심이 가기도 했다.  

술 먹은 관광객의 소행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던 게 웃기다.


뭐가 무너지는 소리도 못 들었고 폭풍이 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게 다 가짜란 건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건물의 잔해들은 많지만 정작 주변에 무너진 건물들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무슨 영화라도 촬영했겠거니 했지만 그 넓은 광장을 이런 난장판으로 순식간에 만들고 촬영까지 끝마쳤다니 신기하긴 했다. 그래서 뉴스를 검색해 보았더니... 


미국 고등학생들의 수학여행 스케일이 말도 안 된다.

오, 다음 스파이더 맨 영화는 베네치아가 배경이로구나. 그것도 우리 집 바로 앞이라니! 라면 조금은 흥분이 되었다. 

CGI의 기술이 건물의 잔해와 난장판까지는 안되었나 보다.

위의 우측 사진처럼 광장 바닥이 엉망진창이었는데 나중에 영화가 출시된 이후로 보니 정말 여기서 스파이더 맨이 치고받고 싸우던 것이었다. 매일 같이 지나다니던 거리가 영화로 영원히 남게 되다니 ㅎㅎ

산타 마리아 포르모사 성당의 종탑이 넘어간다. 그걸 거미줄로 잡다니

참고로 내가 살던 집은 사진의 우측 구멍이 난 건물의 바로 뒤였다. 가려서 1도 안 보이지만. 어쨌든 하고 싶은 말은  여기서도 어김없이 베네치아의 건물이 무너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실제로는 안 무너졌지만. 이 모습을 보니 과거에 보았던 베네치아 배경의 몇몇 영화에서도 꼭 건물들이 무너지는 장면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찾아보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그나마 최근인 2006년 영화였던 007 카지노 로얄.

지금 보니 정말 젊어 보이는 제임스 본드 그리고 에바그린!!


여기서는 까날 그란데에 있던 팔라쪼 하나가 그냥 꺼지듯이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사실 까날 그란데의 수심이 저 건물의 높이보다 훨씬 얕긴 하지만 누가 알쏘냐. 영화에서 보면 건물이 가라앉지 말라고 어떤 부표 같은 걸로 버티고 있는데 그걸 터트리자 건물이 가라앉는다. 하지만 모든 베네치아 건축물은 모두 촘촘하게 박혀있는 나무 말뚝 위에 지어졌기 때문에 그럴리는 만무하다. 하지만 누가 알쏘냐. 

저 무너진 가짜 건물을 찾으러 한참을 다녀봤다.


사실 압권은 '젠틀맨 리그'에서 노틸러스호가 사람 허리 깊이의 까날레토에서 막 튀어나고 차로 기둥들 박고 다니던 게 장면이지. 나는 사실 이 영화 어릴 적에 진짜 재밌게 봐서 속편을 아직도 기다리고 있는데. 숀 코넬리 옹은 이젠 너무 늦은 걸까.


그다음 베네치아가 등장하는 영화는 젠틀맨리그. 포스터 왼편의 팔라쪼 두칼레 위에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어색한 합성으로 올라가 있는다. 하지만 그 당시 CGI기술로 상당히 높은 영상을 선보였던 걸로 기억난다. 특히 헐크처럼 변하는 지킬박사... 

속편을 만드시지 못하고 작고하신 숀 코너리

압권은 영화에서 '노틸러스호'가 사람 허리 깊이밖에 안 되는 까날레토에서 막 튀어나고 차로 기둥들 박고 다니던 게 장면이었다. 나는 사실 이 영화 어릴 적에 진짜 재밌게 봐서 속편을 아직도 기다리고 있는데. 숀 코넬리 옹은 이젠 너무 늦은 걸까. 그리고 자동차 도로가 1도 없는 베네치아에서 자동차 추격신이 있고 베네치아 건물들을 하나씩 자빠트리면서 달리는 장면은 베네치아를 가본 사람이라면 정말 불가능한 것이란 걸 알 수가 있다. 하지만  누가 알쏘냐.


조금 더 고전(?) 영화로 넘어가면 또 다른 007 영화가 이미 베네치아에서 촬영되었었다. 

일단 아래 영상부터 보시고 오시길 강력히 추천드린다. 

https://www.youtube.com/watch?v=cUX2Mj4SN7o

아마 Q가 개조시켰을 모터 달린 수륙양용 곤돌라를 타고 까날레또와 산 마르코 광장을 누비는 약 빤 연출의 고전 007이 지금 봐도 정말 기발하고 박진감 넘친다. 언제나 별 탈 없다는 의미의 Serenissima로 불리는 베네치아에서 저런 난리가 일어난다는 것도 재밌고 최첨단 가젯들이 고전적인 배경의 전형이 베네치아에서 활보하고 다니는 것도 꽤나 신선하다. 


이렇게 베네치아가 등장하는 할리우드 영화들 중에 공통적으로 베네치아에서 난리를 피우는 영화들을 살펴보았다. 그밖에 잔잔하게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을 더 찾아봐야겠다. 그다음 영화리뷰를 하며 배경이 된 장소들에 얽힌 이야기도 이다음 기회를 통해 소개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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