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건 무더운 날의 스타벅스 안.
그 모습은 마치 하늘에 우뚝 서있는 태양처럼 독보적이었어.
비교할 수 있는 그런 엄두 조차 나지 않았지.
이카루스처럼 난 너에게 다가가기엔 너무나 초라한 존재라고 느껴졌어
햇빛에 빛나는 투명한 피부와 오똑한 콧날, 크지도 작지도 않은 맑은 눈동자와 달아오른 입술, 이어지는 목선은 날 설레게 하고 군더더기 없는 허리선과 다리는 날 주체할 수없게 만들었는데.
얼마나 그렇게 힐끔힐끔 쳐다봤는지, 너는 읽던 책을 가방에 넣더니 나가 버리더라.
지금 이렇게 보내버리면 다시는 볼 수 없을 텐데, 너와는 끝일 텐데.
하지만 난 어쩔 수 없어, 그렇게 멍청이처럼 바라보는 것 말고는.
많은 시간이 흐르고.
한 여자를 사랑했지만 미워한 채 끝나버렸고, 찌질한 복학생이던 나는 어느새 번듯한 직장을 가지게 됐지.
정적을 깨는 핸드폰 알림 소리.
‘야, 헤어졌다고 그렇게 집에만 있을 거야? 너 소개팅이나 한번 해볼래?’
그리고 전송된 너의 사진.
휘둥그레진 내 동공, 새까맣게 잊고 있는 줄 알았는데.
난 너보다 조금 더 먼저 시작했었어.
지금 같이 꼭 껴안은 채 날 쳐다보는 너의 얼굴은 스타벅스의 그때와 다른 게 없구나.
이젠 바보처럼 웃는 너에게, 나만 알고 있는 비밀을 말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