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치료사의 이별
#음악치료
올 해 세션이 모두 끝났다. 종결평가지가 남았지만 그래도 후련한 마음이 들어 잠시 멈추고 가려고 학교에 와 널부러져 있다.
올해 유난히 어려웠다. 담당자나 세 번이나 바뀌었고, 내담자들은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결석이 잦았다. 다시 처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라포를 형성하는데 너무나 오래 걸렸다. 매번 오버액션을 하며 그 앞에서 웃겼다가 울렸다가 땡깡도 부렸다가 마음을 잡아두려 애썼다. 할머니 내담자들이 그 마음을 기특하게 보면 다행이었다.
게다가 우울증, 지적장애, 조현병 등 내담자들의 배경이 너무 달라 기존의 프로그램이 하나도 안 먹혔다. 노래 듣는 것도 안 좋아하고, 연주도 어렵고 노래는 더 어렵고. 고민 끝에 결국 몇 년만에 클래식음악놀이 카드를 꺼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진게 많아야 필요할 때 쓸 수 있겠다. 정말 겨우 추스렸다. 프로그램도, 내담자들도, 나도.
그 와중에 한 내담자의 성장이 눈에 띄었다. 두 해째 보는 그녀는 불안으로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고 손도 자주 씻으러 갔는데, 이젠 기억력도 또렷해지고 살도 빼서 건강해지고 적극적이고 타인을 챙기기까지 한다. 눈빛에 생기가 돈다. 인사노래를 하며 느꼈다. 이제 살 의지가 생겼구나.
그 내담자는 “자신이 2해째 참여했으니” 오늘이 진짜 마지막이란걸 스스로 알았는지 말이 없어졌다. 자꾸 다른 곳을 보고 못 들은 척 한다. 온 몸으로 이별을 받아들이는 중이었다.
그런 마음을 알지. 알지.
참 시원섭섭하면서 벅찼던 한 해였다. 나만 잘났다고 굴러가는 일이 아니다. 프로그램에 관여하고 있는 치료사, 내담자, 담당복지사, 지원해주는 센터 모두 마음을 모아야 하는 일이다. 참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