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수정 Nov 13. 2024

2024 세션 종결

음악치료사의 이별

#음악치료

올 해 세션이 모두 끝났다. 종결평가지가 남았지만 그래도 후련한 마음이 들어 잠시 멈추고 가려고 학교에 와 널부러져 있다.


올해 유난히 어려웠다. 담당자나  번이나 바뀌었고, 내담자들은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결석이 잦았다. 다시 처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라포를 형성하는데 너무나 오래 걸렸다. 매번 오버액션을 하며  앞에서 웃겼다가 울렸다가 땡깡도 부렸다가 마음을 잡아두려 애썼다. 할머니 내담자들이  마음을 기특하게 보면 다행이었다.


게다가 우울증, 지적장애, 조현병  내담자들의 배경이 너무 달라 기존의 프로그램이 하나도  먹혔다. 노래 듣는 것도  좋아하고, 연주도 어렵고 노래는  어렵고. 고민 끝에 결국  년만에 클래식음악놀이 카드를 꺼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진게 많아야 필요할    있겠다. 정말 겨우 추스렸다. 프로그램도, 내담자들도, 나도.


그 와중에 한 내담자의 성장이 눈에 띄었다. 두 해째 보는 그녀는 불안으로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고 손도 자주 씻으러 갔는데, 이젠 기억력도 또렷해지고 살도 빼서 건강해지고 적극적이고 타인을 챙기기까지 한다. 눈빛에 생기가 돈다. 인사노래를 하며 느꼈다. 이제 살 의지가 생겼구나.


그 내담자는 “자신이 2해째 참여했으니” 오늘이 진짜 마지막이란걸 스스로 알았는지 말이 없어졌다. 자꾸 다른 곳을 보고 못 들은 척 한다. 온 몸으로 이별을 받아들이는 중이었다.


그런 마음을 알지. 알지.


참 시원섭섭하면서 벅찼던 한 해였다. 나만 잘났다고 굴러가는 일이 아니다. 프로그램에 관여하고 있는 치료사, 내담자, 담당복지사, 지원해주는 센터 모두 마음을 모아야 하는 일이다. 참 그렇다.

매거진의 이전글 공베스힐러과정 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