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판타지
어디에선가 아기때부터 잘 때 귓속말로 “아가야 엄마가 00이 사랑해” 라는 말을 했더니, 아기가 커서 말할 때쯤 잠들려는 엄마 귀에 서툴게 “엄마 00이도 엄마 엄청 사당해”라고 했다는 아주아주 감동적인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와, 생각만 해도 두근거리지 않나! 엄마가 켜켜히 주었던 사랑을 그대로 배워 아이는 더 큰 감동과 사랑을 내어 준 것이다.
나도 이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아기 때부터 잠든 우리 딸에게 “00아 엄마가 00이 사랑해”를 해 주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사르르 잠드는 아이, 새근새근 숨소리가 편안해지면 머리를 쓸어주고 이마에 뽀뽀를 해 주고 사랑한단 말을 해주고는 조심스레 일어나 까치발을 들고 살곰살곰 방을 나오는 것 까지가 하나의 의식.
그 날은 낮에 엄청 뛰어놀아서 그런지 아이가 코를 드르렁 골았다. 이제 때가 되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머리를 쓸어주고 이마에 입맞춤을 하며 “사랑해”라고 말했더니 글쎄. 드르렁 골던 코가 딱 멈추고,
“엄마, 지금 나가면 저도 벌떡 일어나 엄마 따라 나갈 거에요!”
그러더니 코를 다시 드르렁 곤다. 에고 무셔워라! 공포영화가 따로 없고만. 참, 뜻대로 되는 아이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