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딩생파
아이 친구 생파를 키즈까페에서 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난리가 났다. 이게 처음은 아니지만 멋도 모르던 네다섯살때와 여섯살의 친구 관계는 완전히 달랐다. 나만 빠지면 속상하고 다음날 할말도 없게 되는 것이다. 결국 아이를 태우고 서툰 길을 돌아 키즈까페 도착.
가니 이미 광란의 파티가 시작되고 있었다. 마치 ‘메두사 엄마’의 한 장면처럼 닮은 어른과 아이가 시끌벅적 모였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놀고 엄마들은 테이블에 둘러 앉아 이야기 중. 그간 궁금했던 미스테리가 풀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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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재롱잔치에서 무대에 올라간 아이 중 하나가 율동하는 내내 자는 척 한 사건이 있었다. 그 친구는 옆 친구가 춤을 추건 말건 서서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하다 들어갔다. 그 모습이 웃기면서도 저 아이 엄마는 얼마나 속터질까 싶었다.
그런데 오늘 그 아이 엄마가 내 옆에 앉아 있었다. 2년만에 돌아오는 재롱잔치를 걱정하며, 00이가 무대 올라가는게 너무 싫고 창피해 한다고 했다. 너무 하기 싫어해서 재롱잔치 신청서를 아직 못 냈다고 했다.
그 2년전 재롱잔치도 아이 엄마가 “그냥 올라가서 있어. 자는 척을 해도 좋고 뒤돌아 있어도 좋아. 올라가기만 해도 대단한거야” 라고 했단다. 그 아이는 그 날 엄마의 응원을 받아 자신이 가진 최고의 용기를 내어 무대에 올라 (자는 척) 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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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아이랑 잘 노는 한 아이는 검정색이 제일 좋은 색이라고 하고 그림도 모두 검정색으로 칠한다고 했다. 우리 아이는 그 친구에게 영향을 받아 옷도 검정색을 입고 싶다고 하고(검정색 엄써ㅠㅠ) 그림도 검정색, 무지개를 좋아하는 아이가 심지어 핑크 옷을 거부했다. 아이고, 검정색 좋아하는 아이 심리적으로 불안한 것 아니야? 우리 아이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게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는데. 오늘 그 아이 엄마가 내 앞에 앉아있다.
검정색 패딩에 검정 맨투맨에 검정 바지로 풀착장을 하고. 그 아이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엄마가 검정색 옷을 입고 있으니 검정색이 제일 좋았던 것이다. 실제로도 매우 사랑이 넘치는 모자관계였다. 그러니까, 선입견으로 색안경 끼지 말라는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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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세 시간여 뛰고 구르고 노는 동안 깔깔 웃었다가 싸웠다가 삐졌다가 대환장 파티에 엄마들은 한풀이. 엄마들 고민은 한결같음. 여기서 저녁겸 배불리 먹이겠다는 일념으로 아이 쫓아다니면서 치킨을 입에 넣어 줌. 극I인 나는 기가 쭉쭉빨림.
돌아오는 길에 또 서툰 지하주차장 빠져 나오는데 온 신경을 다 쓰고. 트인 도로가 나오자 아이가 박수를 짝짝짝 치며 엄마 최고를 외침! 니가 보기에도 어려워 보였지?
집에 돌아오면서
“엄마 배고파요”
“아까 치킨이랑 감자랑 먹었잖아. 많이 못 먹었어?”
“간식이요? 간식은 먹었죠.”
“그…그래”
집에서 쌀을 씻고 콩을 넣고 밥을 올렸다. 이내 저녁 약속이 있던 짝꿍이가 헐레벌떡 들어오더니 겉옷도 안 벗고 라면 물을 올린다.
“저녁 안 먹었어?”
“아니, 배고파”
“……”
누구 딸인가 위장도 닮았구만. 뭔가 크기가 다른 닮은꼴들이 이렇게 대를 이어 사나보다. 성격도, 체형도, 위장도. 그렇게 엄빠를 닮은 친구들이 또 어린이집에 모여 있다. 그렇게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조상님네 인간관계나 우리 인간관계나 다를게 뭐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