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클수록 엄마가 “하지마라”는 말을 자꾸 하게 된다. 밥 먹을 때 장난치지 마라. 엄마 요리할 때 가까이 오지마라. 얼른 씻어라. 잔소리가 잔잔하게 늘어가는 중이다. 아이는 자기가 듣기 싫은 말을 하면 감정이 격해지며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엄마는 나를 미워한다. 급기야 엄마는 새엄마라고 한다.
아이가 격렬하게 저항하는 말들은 대부분 타격이 없는데 “엄마는 새엄마”라는 말이 너무나 서운하다. 새엄마라니,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엄마처럼 화 안내는 엄마가 어디있다고.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들인데.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말들을 쏟아놓고 나면 나도 별다를바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아 쭈그러들곤 했다.
그렇게 “엄마는 새엄마”라고 말하면 엄마의 속상+섭섭한 반응 때문에 아이는 더 신이 나곤한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시무룩해진 나는 반박할수록 더 신나는 아이가 더 부글부글 끓게 만든다. 아빠랑 둘이 소근거리며 “새엄마, 새엄마” 할 때마다 저것들을 그냥…!
그러던 어느날 엄마의 잔소리에 아이가 또 새엄마 같다면서 자신을 미워하지 말라며 “짹짹짹짹 새엄마!”
날갯짓을 하며 “짹짹짹 새엄마” 알짱거리는데 뭔가 이상하다?
아이를 붙잡고 진지하게 물었다.
“새엄마가 무슨 엄마야?”
“짹짹짹짹 새엄마”
“그 새엄마가 새(new) 엄마가 아니고 새(bird)엄마?”
“응 엄마 짹짹짹짹 말해. 아빠가 그랬어. ”
“아….”
와… 그 새엄마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짹짹엄마라니 뭔가 묘한 안도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뭐지. 새(new) 엄마보단 새(bird)엄마가 낫나. 벌써부터 딸래미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는 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