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이 걸음마 할 무렵 그런 육아법이 유행했다. 아이가 넘어져도 바로 달려가지 않고 멀찍이 서서 지켜본다. 그러면 아이는 울지 않고 스스로 씩씩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아이의 넘어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아이도 넘어진게 큰 일로 여기지 않는다는게 핵심이었다. 이 방법은 꽤 적중하는 듯했다.
2. 아이가 커서 6살이 되었을 무렵, 놀이터에서 있었던 일이다. 또래 친구들과 여느때처럼 우다다다 뛰다가 세 살 쯤 되는 더 어린 아가와 부딪쳤다. 세게 부딪친건 아니고 헝아들이 우다다 뛰어가니까 아가가 놀래 엉덩방아를 찐 것이다. 아가는 으앙 울음을 터트렸다. 그런데 놀라운건 우리 아이의 행동이었다. 아가를 달래주거나 괜찮은지 살피지 않고 미끄럼틀 뒤로 숨어버린 것이다. 나는 얼른 아이의 손을 붙잡고 와서 아기의 어머니에게 사과를 한 뒤 일으켜 세워 주었다.
아이한테 물었다. “너랑 누군가 부딪쳤으면 괜찮냐고 물어봐야지. 왜 숨었어?” 그러자 아이가 말했다. “제가 가서 얘기하면 아기가 더 울까봐서요.” 그땐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3. 더 시간이 지나 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아이가 화장실에서 후다닥 나오다 쿵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랐으나 손에 거품이 있어 오도가도 못하는 와중에 울음소리가 안 들리기에 혼자 안도했다. 그런데 몇 초 있다 아이가 원망이 섞인 울음을 터트렸다.
“엄마는 내가 다쳤는데 맨날 와보지도 않고 모른 척 해!!!!!!!!!!! 으앙”
아이는 다 알았던 것이다. 그제야 앞 사건들이 하나씩 꿰어졌다. “아니야. 엄마도 깜짝 놀랐어. 울애기 괜찮아?” 그런 육아법 따위 개나 줘버려. 우리 아이는 말로 표현해서 그나마 빨리 알아챘지. 부모의 비언어적 표현에 대한 섭섭함을 표현 못하고 오해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사소함이 쌓여 결국 병원을 찾는 케이스를 많이도 보아왔다.
그 뒤로는 넘어지고 실수하고 다칠 때 그동안 못했던 것 포함해서 “울애기 괜촤나!!!!” 일단 소리 친 뒤 다친 곳 후아후아 불어주고 쪼끔 오바하여 걱정해준다. 써놓고 보니 옛날 할머니 같네. 그럼 피식 웃어주는 녀석. 저 사건이 작년 12월인데 5개월동안 열심히 괜찮냐를 외쳐주니 이제야 좀 아이의 섭섭함이 풀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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