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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을 피하는 법

by 구수정

#부부싸움


우리 부부가 10몇년 동안 싸움이 크게 번지지 않았던 것은 서로 상대의 화를 잠재우는 법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우선 내가 화를 버럭 내면 짝꿍이는 그 큰 덩치로 바짝 엎드려 엄청 쫀 척을 한다. 그러면 내가 너무했나 싶어서 사르르 화가 사그라들고 만다.


그래서 짝꿍이가 화를 내면 나도 쫀 척을 했다. 그런데 오히려 화를 더더더 크게 내는 거다. 그러다 그가 화를 낼때 내가 더더더더 큰 화를 내면 이내 그의 화가 멈춘다는 것을 한 5년차때쯤 알아냈다. 그렇게 상대의 화를 조기진화하고 나면 소모적인 인신공격이나 말꼬리잡기 등의 싸움까지 가지 않는 것이다.


10년차쯤에는 그 원인도 분석이 되었는데 나는 주로 상대의 행동, 예를 들면 옷을 벗어두고 그대로 둔다던지 화장실에 똥 싸고 환풍기를 안 틀어 논다던지 하는 생활에 관계된 것에 화를 냈다. 내가 버럭 화를 내면 그는 종종걸음으로 빨래를 바구니에 넣는다던지 얼른 뛰어가 환풍기를 튼다던지 하는 수정 행동으로 그 불을 진화한다.


그가 화내는 포인트는 주로 외부에 있었다. 밖에서 뭔가 얻어터지고 집에 와서 화내는 식이었는데 거기다 내가 화를 더 크게 내주면 좀 해소가 되거나 자신의 화가 좀 부끄러워진다던가 하는 식이다. 그렇게 서로의 화를 다스린다 생각했는데.


이 쪼꼬맣고 입만 살은 딸램이 그것도 모르고 아무데나 끼어들어 기가 막히다. 엄마가 화를 내면, “아빠가 그럴 수 있지”라며 편을 들고. 으잉? 또 아빠가 화를 내면 아이는 내가 진화하기도 전에 산책하다 발이 밟힌 치와와처럼 “엄마한테 화내지 말라”고 으르랑 거린다. 그럼 또 아빠랑 딸이랑 투닥거리고 혼나다 우는 앤딩…


나참 어이없어서… 짝꿍이랑 둘이 눈 마주치고 웃참… 야야….도움 하나 안 된다고… 아, 그거 아니라고.. 딸아, 나대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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