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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노란 May 13. 2017

산모 용품 미니멀하게 준비하기

산모 패드와 수유 패드

아이를 낳은 지 2달이 다 되어 갑니다. 두 번째 출산인 데다 산후조리하면서 짐을 많이 들고 다니는 게 싫어 출산 가방을 정말 간단하게 쌌었는데 오늘은 그중에서도 산모 용품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합니다.


출산 가방(출산 시 병원 및 산후조리할 곳에 가지고 가게 될 짐)을 쌀 때 챙기는 엄마 물건은 크게 세면도구, 산후조리용품, 수유용품으로 나뉩니다. 저는 씻을 때 비누만 사용하기 때문에 세면도구는 비누, 칫솔, 치약, 면도기를 챙긴 게 전부였고 이전에 기초 화장품을 정리해 두었기 때문에 따로 샘플이나 용기를 마련하지 않고 사용하던 기초 화장품을 그대로 들고 가서 사용했습니다.


기초 화장품 정리하기: https://brunch.co.kr/@memonade/30


산후조리용품은 몸을 따뜻하게 해줄 실내복 수면 양말을 챙기고 손목 시림을 방지하기 위한 손목 보호대, 그리고 산모 패드를 챙겼습니다. 수유용품은 수유용 속옷과 수유 패드, 수유 쿠션을 챙겼고요.




짐을 쌀 때 제일 오래 고민했던 것이 "산모 패드와 수유 패드를 얼마나 챙겨야 하는가?"였습니다. 산모 패드와 수유 패드는 소모품이고 상황에 따라 사용량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오로(분만 후에 나오는 피를 비롯한 분비물)는 사람마다 나오는 기간이나 양이 다른데 저는 적은 양이 7주 정도 분비되었습니다. 산모 패드를 하루 평균 10장 사용했으니 산후조리 기간 동안 총 500장 정도를 사용한 셈입니다. 제가 조리기간 동안 일회용 산모 패드만 사용했다면 정말 많은 양을 구매하고 보관해야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일회용 패드 특유의 거친 느낌도 싫었고, 얼마나 필요할지 모를 물건을 구매해서 쌓아두는 것도 싫어서 면 생리대를 이용했습니다. 보송보송하고 부드러운 데다가 자주자주 바꿔도 금전적으로나 양적으로 부담이 없어서 무척 유용했습니다. 조리원과 친정 생활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한 달 동안 제가 사용한 산모 패드는 면 생리대 스물여섯 개와 외출 시에 휴대했던 일회용 몇 개가 전부였습니다. 여성용품 보관하는 서랍도, 쓰레기 통도 매우 가벼웠습니다.



종종 사용 및 뒤처리가 불편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는 데 사용한 후 찬물에 담가 두었다가 샤워할 때 발로 밟아서 핏물을 빼고 비누를 묻혀서 얼룩을 살짝 지워준 뒤 아기 옷 삶을 때 같이 넣어주면 됩니다. 얼룩 지우는 일이 조금 귀찮긴 하지만 저에게는 아주 소소한 정도였습니다.


수유 패드 역시 모유의 양이 적거나 빨리 단유 하는 경우 몇십 개만 있어도 되지만 양이 많거나 모유 수유 기간이 길 경우 수 백개 이상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마다 사용양의 편차가 매우 큽니다. 보통 출산 가방에는 100개 정도 싸놓고 필요하면 추가 구매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일회용 수유 패드를 사용하지 않고 면 수유 패드 8개와 아기 손수건 몇 장으로 수유 패드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산모 패드와 다르게 외출할 때도 사용할 있고 따로 애벌빨래할 필요 없이 세탁기만 돌리면 되니 사용하는데 불편하지도 않습니다. 무엇보다 언제까지 얼마나 사용하게 될지 모르는 물건을 백개씩 구석에 쌓아둘 필요가 없어 무척 좋습니다. 친구가 일회용 수유 패드를 선물해 주었는데 전혀 사용할 일이 없어 짐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아이를 낳는 것은 사람의 인생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엄청난 사건이지만, 아이를 낳으러 갈 때 가져갈 짐을 가볍게 싼 것은 마치 그 사건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무척 가벼운 마음으로 아이를 낳으러 갔습니다. 그냥 물건 몇 개를 줄이고 바꿨을 뿐인데 마음 가짐이 이렇게 다르다는 것이 참 신비롭습니다. 이게 바로 미니멀리즘의 매력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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