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노란 Apr 26. 2017

다시 처음부터.

주부가 없었던 집

요즘은 일하는 여성분들이 많이 늘어났고, 또 직장이 아니라 집에서 일하는 남성분들 역시 늘어났지만 그래도 여전히 집안일은 주부主婦가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주부로써 집을 깨끗하고 쾌적하게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했고 미니멀리즘은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저는 둘째를 임신하고 있었던 아홉 달 동안 주부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집안일은 직장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남편과, 가끔 집에 들러 첫째를 봐주시는 시어머니나 아가씨, 아픈 저를 돌보기 위해 집에 와주셨던 친정 엄마 등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쳤습니다.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저와 첫째와 남편은 굶거나 더러운 옷을 입지는 않았지만 집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아홉 달 동안 방치된 집안은 미니멀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쌓여있는 쓰레기,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나와있는 물건들, 어떤 물건은 제대로 관리받지 못해 사용할 수 없게 되기도 했고, 어떤 물건은 원래 용도와 다르게 사용되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기도 했습니다. 산후조리가 끝나고 돌아와 본 집안은 내 집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공간이었습니다.


집은 엉망이 되었지만 제가 아프고 싶어서 아팠던 것도 아니고, 힘들게 태어났지만 둘째는 너무도 예쁘고, 도와주신 분들 역시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셨던 것이니 누군가를 탓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아직 몸조리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데다가 신생아를 돌봐야 하는 입장이니 여러모로 어려운 점이 많겠지만 다시 한번 새롭게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다시 한번 깨끗하고 쾌적한 집을 만나기 위해서요. 잘 부탁해요, 미니멀리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