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한 기초 화장품은 몇 개일까?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안 쓰는 물건을 정리'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정리의 정리를 거듭하다 보면 '얼마나 남겨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하게 되고 이 최소한의 기준을 정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니 말입니다. 화장대는 미니멀리즘을 시작하고 매우 초반에 정리한 곳이었지만 이제야 나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기초 화장품 리스트가 만들어지게 되어 브런치에 공유합니다.
>> 미니멀리즘 실천 3: 화장대 비우기 보러 가기 (링크)
미니멀리즘, 자연주의 등 보다 적게 소유하고 쓰는 삶의 방식들이 번지면서 제 주변에도 화장품을 최소화하는 분들이 많이 생겨 났습니다. 그중에는 얼굴에 아무런 화장품도 바르지 않는 분도 계십니다. 정말 자연으로 돌아가듯, 천연 비누로 세안만 하십니다. 제 피부가 타고난 꿀피부라 얼굴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아도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면 그분처럼 아무것도 바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한 겨울에 느껴지는 얼굴의 당김이 꽤 고통스러웠고 건조함 때문에 하얗게 트는 스스로의 얼굴이 보기 싫었기 때문에 기초 화장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습니다.
일단 화장대 정리를 통해 평소 사용하지 않던 제품들이며 샘플 등은 정리를 하긴 했지만 저는 저에게 필요한 제품들만 최소한으로 소유하면서도 좋은 피부 상태를 유지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피부 관리를 위해 정말 필요한 화장품이 어느 정도일지 공부했고, 총 6가지의 기초 화장품을 남겨 두기로 했습니다. 바로 스킨, 크림, 아이 크림, 립밤, 바디로션, 팩입니다.
남기는 과정은 제법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이만큼만 사용해도 피부에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화장품들을 늘였다 줄였다 바꾸기도 하며 계속 얼굴의 상태를 봐야 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최근에 만난 친구가 어쩜 피부가 이리 탱탱 촉촉하냐고 칭찬해준 덕분에 이정도면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우선 저는 중건성~건복합성을 오가는 피부입니다. 전반적으로 건조한 편이지만 날씨나 컨디션에 따라 피부 상태가 좋기도 했다가 약간 기름진 느낌이 들면서 속이 당기기도 하는 등으로 변합니다. 매일매일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모든 제품을 바르기도 하고 특정 제품은 건너뛰기도 하면서 관리해주고 있습니다.
스킨(에센스)
저는 약간 묽은 에센스를 스킨처럼 사용합니다. 이 제품을 화장솜에 묻혀서 얼굴을 닦기도 한다는데 저는 화장솜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손바닥에 덜어 얼굴에 바르기만 합니다. 나중에 일회용 화장솜이 아니라 재사용 가능한 면 화장솜을 만들게 되면 닦는 용도로도 사용해 볼 생각입니다.
크림
스킨-에센스-로션-크림 순으로 전부 바르는 분도 계시지만 저는 크림만 발라도 충분해서 로션을 생략했습니다. 원래는 여름에 가볍고 묽은 크림을 사용하고 겨울에는 끈적한 크림을 사용했었는데 겨울에 묽은 크림을 사용해도 생각만큼 당기거나 건조하지 않아서 겨울용 끈적이는 크림을 없애고 가볍고 묽은 크림 하나를 사계절 내내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이크림
20대 때는 따로 아이크림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나이 서른을 넘으니 눈가에 생기는 주름을 피할 길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아이크림은 크림과 다르게 굉장히 끈적하고 무거운 느낌이라 눈가뿐 아니라 크림을 바르고 나서 얼굴의 특정 부위에 당기는 느낌이 들면 살짝 위에 덧발라주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립밤
원래는 입술이 틀 때 향이 없는 바세린을 주로 사용했었는데 친구가 선물해 준 이 제품의 향기가 너무 마음에 들어 바세린을 정리하고 대신 립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초콜릿 향이 나서 바르면 무척 행복한 기분이 든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바디로션
발이나 팔꿈치 등에 바르는 제품을 따로 구비해 놓고 쓰는 분들이 많고, 저 역시 그랬던 적이 있지만 모두 정리하고 향이 강하지 않은 바디로션 하나만 남겼습니다. 막상 몸 이곳저곳에 다른 제품을 바르려면 번거롭고 귀찮아서 바르지 않고 미루곤 했는데 그냥 하나로 사용하니 왕창 짜내서 여기저기 구석구석 바르기만 하면 되어 무척 편합니다. 여름에는 거의 바르지 않는 편이지만 겨울인데다 임신 중이라 배의 살이 틀까 걱정되어 열심히 발라주고 있습니다.
팩
요즘엔 1일 1팩 하는 분들도 많지만 저는 그 정도로 건조함을 느끼지는 않기 때문에 실제로 팩을 사용하는 날은 거의 없습니다. 평소 사용하는 크림이 가벼운 편이다 보니 간혹 그냥 크림만 발라서는 건조한 느낌이 해결되지 않는 날이 있는데 그럴 때만 한 번씩 사용해 줍니다.
이렇게 6종류로 계절이나 날씨, 컨디션 등에 따라 다음과 같이 조절하면서 발라줍니다.
> 습도가 높고 꿉꿉한 날: 에센스 - 아이크림 - 립밤 - 바디로션
> 별 일 없는 평범한 날: 에센스 - 크림 - 아이크림 - 립밤 - 바디로션
> 건조한 날: 에센스 - 크림 + 아이크림 - 아이크림 - 립밤 - 바디로션
> 많이 건조한 날: 에센스 - 팩 - 아이크림 - 립밤 - 바디로션
지금으로서는 여기에 뭔가 더 추가할 필요도 느끼지 못하고 뭔가를 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건조한 직장에서 오랜 시간 일해야 하거나 바깥 활동을 많이 하는 분들은 뭔가를 더 추가해야 할 수도 있고, 저보다 피부가 좋은 분들은 뭔가를 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건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맞는 제품을 찾고 더하거나 빼면서 시행착오를 겪어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 위해 화장품을 얼마나 남기는 게 좋을까?를 고민하는 분들께 이 글이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해 줄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기초 화장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참고한 것은 매거진 파파(링크)입니다.
혹시 더 많은 기초 화장품 관련 정보가 궁금하신 분들은 블로그 및 유튜브 동영상(링크) 등을 참고하세요.
추가로 기초 화장품 사용에 있어서 시중에서 판매되는 화학제품이 아니라 천연 제품 또는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핸드메이드 화장품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 '나는 쓰레기 없이 산다'의 저자가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면서 쓰레기를 줄이는 모습을 보고 무척 감명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말 천연 제품이 더 좋은지, 내가 화장품을 만들어 쓰는 것이 과연 내 삶의 질(그리고 피부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지 등에 대한 고민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아 아직은 시도해 보지 못했습니다.
또한 기초 화장품 이외에 색조 화장품을 얼마나 남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남아 있어 앞으로도 당분간 화장대 정리에 대한 고민은 끊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