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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하수를 나는 새 May 23. 2016

카드 한 장

문득 책장을 정리하다,

오랫동안 책장 한 켠을 지켜 왔던 여러 가지 파일과 그 안에 든 서류더미, 잡동사니 등을 치워 버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똑같이 생긴 몇 권의 파일안에 곱게 들어있는 저것들이 다 뭔지, 한 장 한 장 들춰 본다.


누군가와 같이 본 영화 포스터와 티켓, 엽서, 생일날 받은 롤링페이퍼, 편지, 카드. 공교롭게도, 이 영화와 콘서트들을 같이 보았던 사람들, 편지를 건넨 사람들 모두 지금은 만날 수가 없다. 이따금씩 말을 걸어 마음 속 이야기를 무겁게 올려놓고 간 그들 또한 어디서 살고 있는 지 알 수 없다. 그들은 인생의 어느 한 순간 나와 접점이 있었다가, 그 뒤 완전히 다른 궤도를 따라 저 먼 우주공간 속으로 날아가버린 것이었다.


그러다 문득 오래 전 누군가가 보냈던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았다. 더 이상 파일 정리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세상에는 미워하지 않고도 멀어지는 인연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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