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초와의 이별
나초를 먹다가 어금니가 깨졌다. 강력한 나초에 당첨된 건가, 돌이 섞인 건가. 여러 생각이 들었으나 결론은 내 치아가 약한 거였다. 제로 환타를 세 캔 정도 마신 상태였으니, 치아를 부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직접 한 거나 다름없다. 나초를 세로로 세운 뒤에 음료에 푹 절인 위아래 치아로 단숨에 깨물면 이가 깨진다.
이리저리 검색해 보니 봉합은 불가하다고 한다. 이가 깨진 건 처음이라, 일단은 앞에 두고 감상해 보았다. 치아를 조심하라는 메시지가 되어주었으면 좋겠으나, 깨진 이를 보며 가장 먼저 한 일은 다른 쪽 치아로 남은 나초를 먹은 거다. 이렇게 조심할 거면 왜 먹을까 싶을 만큼 소극적으로 씹어나갔다. 소스가 많이 남아있어서 남길 수 없었다.
치과에서 임시방편으로 조치를 취한 뒤에 몇 주가 지났다. 처음에는 탄산음료 섭취를 금지했으나 줄이는 방향으로 완화했다. 합리화 과정에서 이전에 먹던 나초보다 얇은 두께의 나초를 사서 도전해보았다. 얇지만 같은 카테고리에 속하기 때문인지, 치아가 겁을 먹은 게 느껴진다.
리코스 라운드 나초에 치즈 소스여야만 했다. 부드러운 나초는 나초가 아니다. 그러나 리코스 라운드 나초를 다시 시도하는 일은 아마 없을 거다. 극소량의 양심에도, 겁은 대량 보유 중이기 때문에 결국 참을 수 있을 거다.
나초의 칼로리를 볼 때마다 이건 지옥에서 제조한 게 아닐까 싶은데, 이젠 그조차도 못 먹게 되었다. 나초를 먹을 때는 늘 나초만 바라보았다. 영화도 유튜브도 아닌 나초를. 나초 대신 다른 무엇인가를 씹으면서, 치즈 소스에 버무려져 있다가 빠진 이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