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승 Apr 29. 2024

나초 먹다가 치아 깨짐

나초와의 이별

나초를 먹다가 어금니가 깨졌다. 강력한 나초에 당첨된 건가, 돌이 섞인 건가. 여러 생각이 들었으나 결론은 내 치아가 약한 거였다. 제로 환타를 세 캔 정도 마신 상태였으니, 치아를 부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직접 한 거나 다름없다. 나초를 세로로 세운 뒤에 음료에 푹 절인 위아래 치아로 단숨에 깨물면 이가 깨진다. 


이리저리 검색해 보니 봉합은 불가하다고 한다. 이가 깨진 건 처음이라, 일단은 앞에 두고 감상해 보았다. 치아를 조심하라는 메시지가 되어주었으면 좋겠으나, 깨진 이를 보며 가장 먼저 한 일은 다른 쪽 치아로 남은 나초를 먹은 거다. 이렇게 조심할 거면 왜 먹을까 싶을 만큼 소극적으로 씹어나갔다. 소스가 많이 남아있어서 남길 수 없었다.


치과에서 임시방편으로 조치를 취한 뒤에 몇 주가 지났다. 처음에는 탄산음료 섭취를 금지했으나 줄이는 방향으로 완화했다. 합리화 과정에서 이전에 먹던 나초보다 얇은 두께의 나초를 사서 도전해보았다. 얇지만 같은 카테고리에 속하기 때문인지, 치아가 겁을 먹은 게 느껴진다. 


리코스 라운드 나초에 치즈 소스여야만 했다. 부드러운 나초는 나초가 아니다. 그러나 리코스 라운드 나초를 다시 시도하는 일은 아마 없을 거다. 극소량의 양심에도, 겁은 대량 보유 중이기 때문에 결국 참을 수 있을 거다. 


나초의 칼로리를 볼 때마다 이건 지옥에서 제조한 게 아닐까 싶은데, 이젠 그조차도 못 먹게 되었다. 나초를 먹을 때는 늘 나초만 바라보았다. 영화도 유튜브도 아닌 나초를. 나초 대신 다른 무엇인가를 씹으면서, 치즈 소스에 버무려져 있다가 빠진 이를 바라본다. 

작가의 이전글 꽃나물 같은 하루 보내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