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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kiim Mar 04. 2016

결정장애와 답정너

얼떨결에 남미

어린 시절 (아니면 지금도 현재진행중일 수도...) 연애상담은 상담이나 질문이라기보다 Confirmation Check(컨퍼메이션 체크, 확신을 하기위해 한 번 더 확인), 다시 말해 답.정.너.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같았다. 자신의 결정에 대한 굳히기 한 판, 응원군 얻기가 그 주요 목적일게다. 나는 얄밉게도 친구들이 결정을 응원, 지지하면 될 것을 굳이 "내가 이카고 저칸들 너는 니맘대로 할끼다." 라며 내게 묻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그러나 한 켠으로는 애매하게 친구의 결정을 지지해줬던 거 같다. 



여행을 갈 것인가?는 답정너였다. '그래, 갈 것이야.'

이전에도 바닥을 치며 허우적 거렸을 때 여행을 통해 한 줄기 구원의 빛을 보았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어디로일지는 눈감고 지구본을 돌려서 쿡 찔러 갈 수 있는 곳으로 정할 지 아니면 이참에 EPL(English Premier League)을 보러 갈까 하며 검색을 하다, 동물의 왕국,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덕후였던 지라 어려서 부터 가보고 싶었던 나이로비 국립공원이 있는 아프리카, 주워들었는데 묘하게 가고 싶었던 우유니사막, 친구가 이민 간 캐나다, 전 직장 매점 매니저 아주머니가 이민가셨는데 놀러 오라고 하셨던 호주 브리즈번 등 선택지를 만들어 보았더니 더욱 더 결정장애가 왔다. 


이런 결정장애를 극복하게 해 준 고마운 이들이 있다.

방바닥이랑 데이트 그만하고 어여 까페로 가서 여행 계획을 세우라며 커피 기프트 쿠폰 (갑자기 특정 회사 이름을 쓰면 안 될 것 같은 건 왜지?? PPL??)을 보내준 안토아와 10월 부터 남미여행을 간다며 자랑 및 권유를 하던 엔초의 뽐뿌질 덕에 얼떨결에 남미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가기 전 가 보고 싶은데를 찍어 보았드랬지요. 


결심 후 일주일 후 출국이라는 갑작스런 미친 추진력. 

급준비할 것들은


비행기표,  비자, 짐꾸리기, 환전 등등... 검색하면 정말 친절하고 부지런한 블로거님들이 많다. 이 자리를 빌어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 그러나 정보과잉 또한 결정장애만 초래. 거를 거 거르고 취할 거 취해야 한다. 


#1 비행기표/항공권

남미는 직항이 거의 없다. 대한항공 브라질 노선이 있다는데 아마 겁나 비쌀 거 같고, 

가는 경로는 미국을 경유 (무비자래도 입국허가 ESTA는 미리 신청하고 가야한다.) 인천 --> 달라스 --> 리마/부에노스아이레스 등 대도시, 유럽을 경유, 중동 (두바이)을 경유 등등 다양한데 가격이랑 시간보고 정하면 된다. 보통 일찍 비행기표를 살 수록 싼 게 정설인데 일주일 후 출발임에도 왕복 150만원 선에 구매했다. 가격때문에 증권시황 보듯 각종 항공권 사이트를 들락날락 및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닐 수도 있는데 대충 범위를 정해놓고 구매하고 나서는 질척이지 말고 뒤도 안돌아보는 '하얗게 불태웠어! 최선을 다했어!'가 정신건강에 좋을 것이다.    


이거면 시작이 반이고 다 된 줄 알았던 건 출발부터 여행 전까지, 지도나 지구본에서 보면 우리나라 면적이 얼마나 작고 귀여운지, 남미가 얼마나 광활한지 알고도 깨닫지 못한다. 남미 대륙 내에서 이동이라는 어마무시까지는 아니고 하여간 이 경로를 생각하면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오기까지는 piece of cake, 껌, 누워서 떡먹기였다는 것을 알게된다.  


#2 비자

우리나라 여권이 세계적으로 끝판왕 여권 중에 하나라는 이야기가 있다. 미국여권이 짱이지 않아?라고 생각했는데 브라질에 가니 미국애들에겐 까다롭고 우리는 편안했다. 나는 어쩌다 보니 결과적으로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페루를 여행하게 되었는데 대부분 무비자로 보통 60일정도는 체류가능했고 볼리비아만 비자가 필요했다. 

볼리비아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황열병예방주사를 맞아야 하고 국내에서 받으려면 볼리비아 대사관에서 신청 후 일주일 이상 소요된다고 했다. 역시나 검색해보니 남미 현지에서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서류 잘 챙겨서 출국하기로 했다. 서류는 가급적 종이로 출력해서 가지고 가는 게 안전하다. 남미도 스마트폰도 쓰고 와이파이도 다 터지고 하지만 서류등을 수기로 작성하는 것도 많고 약간 과거로의 여행 같은 면도 없지 않아 소위 아날로그적 삶을 다시금 경험할 수 있다. 

황열병예방주사는 동대문에 있는 국립중앙의료원(여기도 예약이 필수고 일주일 가량 소요) 이나 지역검역소 등에서 가능하다. 나는 전화 해 보고 빨리된다고 해서 인천공항검역소에서 다음 날 바로 맞았다. 

뭐가 참 많다. 다녀오니 캐리어 보다는 배낭을 추천하고 픔.

#3 짐꾸리기  

친절한 블로거님들과 만렙배낭여행자분들을 참조하여 그러나 장기간 여행은 처음인지라 괜한 욕심에 짐이 좀 많았던 것 같다. 사계절이 다 있는 남미에서는 레이어드룩/겹쳐 있기, 돌려 입기, 빨아 입기 등이 유용했다. 남쪽 극지방 가까이를 제외하고는 별도의 난방시설이 없는 곳이 많아 경량오리털침낭을 샀고, 부피를 줄이기 위해 경량오리털잠바를 가져갔는데 진심 완소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OTG메모리덕에 모자란 스마트폰 저장공간을 활용할 수 있었다. 


#4 환전

미국 달러를 100달러, 50달러, 20달러, 10달러, 1달러 짜리로 골고루 가지고 갔는데, 아르헨티나는 암환율이 있어서(이것도 모르고 갔다. 정권 바뀌고 암환율이 없어지는 추세라 했고 그래서 환율로 재미보던 시절이 지나가고 있었다)환전 시 100달러짜리를 가장 잘쳐주고 작은 단위 돈은 환전 안해 준다. 


정보나 꿀팁을 쓰려고 했는데, 생각나는 대로 쓰다보니 중구난방이다. 어쨌거나 얼떨결에 남미를 가게 되었고, 다녀왔다. 좀 더 자세한 것은 여행 때 적어 놓은 노트를 다시금 뒤적뒤적 해 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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