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열한 살 때
우리 동네에 처음 전기가 들어왔다
곳간에 쌓아놓았던
참깨 고추 서리태 같은 곡식들이 팔려나가자
우리 집 안방에도 테레비가 들어왔다
아홉 시 뉴스가 끝나자 아버지는
전기가 닳는다며 매몰차게 테레비를 꺼버렸다
연속극을 목 빼고 기다리던 나는
울컥, 속이 상하고 눈물이 났다
에이씨, 아부지 빨리 죽었으면 좋겠어
이불을 뒤집어쓰고 아버지가 안 듣게 욕을 했다
이불속으로 뒤따라 들어오던 동생이 맞장구를 쳤다
나두,
적막은 산 쪽에서부터 내려와 정오를 거치면서 내가 누운 정자에 함께 누웠다. 몸을 뒤척일 때마다 내가 깨어나지 않게 적막은 내 누인 머리를 고이며 세상으로부터 나를 단절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