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당신이 나한테 해줄 수 있는게 뭐냐고
베풂은 100미터 달리기에는 쓸모가 없지만, 마라톤 경주에서는 진가를 발휘한다. 그래서 우리 인생의 장기적인 마라톤에서 사다리의 정상에 올라간 사람들 중에는 기버가 많다.
'이기적인 개체가 살아남는다'는 통념을 거스르는 성공이다. 장기적으로 생각할 때, 베푼 사람은 더 많은 기회를 맞이한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선한 사람이 주는 행위를 베풀다 보니 어쩌다 정상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혹은 '그러니 이타성은 성공을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다'로 생각할수도 있겠다.
사다리 정상에 오른 사람들 중 기버가 많기는 하지만, 그만큼 밑바닥 사람들 중에서도 기버의 비율이 가장 높다. 투자의 개념으로 치환하면, 기버의 전략은 High Risk, High Return 전략이고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것과 유사하게 볼 수 있다. 그러니깐 통계적으로 애덤 그랜트의 책을 읽고 나서 기버가 되기로 결심한 사람들 중에는 사다리의 정상보단 밑바닥에 깔리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마라톤이 맞다. 하지만 기브와 테이크가 적용되는 인간 관계의 길이를 생각해보자면, 생각보다 마라톤과 같은 장기적 관계는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깐 짧은 끝맺음의 단거리 달리기가 누적되는 것일 수도 있다. 기버가 될지, 테이커가 될지는 일종의 방향성의 문제이기 때문에 매 관계마다 선택적으로 기버가 될지, 테이커가 될지 선택해야한다고 주장하기는 애매하긴 하다. 어른들이 말하는 '적을 만들지 마라'가 애매하지만 적당한 스탠스가 아닐까.
그런데 책에서 '성공한 기버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누가 테이커인지 파악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테이커를 만나면 매처가 되어라'고 한다. 기본적인 베이스 전략, 그러니깐 상대가 기버인지 테이커인지 모르는 상황에서의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상대를 파악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니... 비둘기파에겐 기버가 되고, 매파에게는 매쳐가 되라는 건데, "주는 사람이 성공한다"고 이야기할거면, 테이커에게 털리는 것 까지 감안하더라도 기버가 성공한다는 식으로 전개가 되어야 하지않나 하는 생각.
반복게임에서는 보복자 전략, Tit for Tat 전략이 유효하다고 한다. 물론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일반적으로 무지성 비둘기파는 매파에게 잡아먹히기 마련이고, 그래서 '호구'라고도 불린다.
'기브 앤 테이크'라 하고, '주고 받기'라고 한다. '테이크 앤 기브' 혹은 '받고 주기'라고는 하지 않는다. 기브 앤 테이크의 영역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일단 내가 무엇인가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무엇인가 상대에게 도움되는 능력이 있어햐 한다는 점이다. 책에서 이 부분은 생략되었다고 생각하는데, 프로페셔널의 영역에서 "기브"는 밥 한번 사주고, 커피 사주는 걸 이야기 하는게 아니다. 돈이든 시간이든 무언갈 내가 쥐고 있어야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법이고, 결과적으로 줄게 없어서 비자발적인 테이커가 되는 게 가장 안타까운 케이스가 된다.
베푼 사람에게 기회가 있다는 것에는 공감한다.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것에 기회가 있다는 것.
책을 보고 주는 것의 기쁨, 봉사의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음. 맞는 말이긴 한데 그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